비상계엄 이후 소비심리 얼어붙어
월세마저 고민… 소상공인 직격탄
평소 붐비던 인천 신기시장 등 한산
전문가 “지역화폐 등 한도 늘려야”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인천지역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연말연시 대목은 고사하고 당장 가게 월세 마련을 고민해야 할 처지다. 소상공인들은 “시민들의 닫힌 지갑을 여는 게 우리를 살리는 길”이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6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신기시장 일대. 주말과 평일 가리지 않고 인천에서 사람 많기로 유명한 곳이지만 시장 주변은 한산했다. 시장에 나온 시민들 장바구니도 가벼워 보였다. 신기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이신교(56)씨는 “나라가 어수선한 탓에 사람들의 지갑이 닫혀 있는 것 같다”며 “서민들이 돈을 쓸 수 있게 정부와 지자체가 정책을 펼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연말 특수가 실종된 건 비상계엄 사태 탓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 14일 토요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문화로 일대도 썰렁하기만 했다. 홀에 손님이 없는 일부 점포에서는 가게 직원들이 수시로 나와 거리 상황을 살피고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중국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우리 가게는 별도로 분리된 방이 많아 연말 단체 손님이 많은 편인데, 올해는 송년회나 회식 예약 손님이 없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며 “오늘(14일)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취소했던 송년회를 재개하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한 것을 봤다. 회사나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분들이 중단했던 회식을 다시 시작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구월문화로 일대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도 “계엄령 사태 이후 그나마 있던 주말 손님도 사라졌다”며 “빨리 사태가 수습돼 연말 중단됐던 모임이 다시 많아졌으면 한다”고 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소상공인 절반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일부터 사흘 동안 소상공인·자영업자 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6.9%가 국내 정치 상황의 불확실성으로 직간접적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향후 피해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46.6%에 달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추문갑 경제정책본부장은 “연말 특수를 고대하던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기대감까지 무너진 상황”이라며 “국회와 정부, 중소기업계가 머리를 맞대 내수 경기 회복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소비 심리 회복을 위해 지자체가 지역화폐 캐시백 한도를 늘리고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인천은 ‘역외(서울·경기)소비 유출’이 심각하기 때문에 지역화폐 정책 등을 통해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미치는 타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보강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SNS 발달로 소비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불황까지 장기화한다면 서울이 인천의 수요를 끌어들이는 ‘빨대효과’가 더 커진다”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인천 소상공인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지역화폐 캐시백과 사용 한도를 더 확대하는 등 인천에서 소비가 더 활발히 이뤄지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엽·백효은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