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입구에 백일해 접종 홍보문이 부착되어 있다. /경인일보DB
소아청소년과 입구에 백일해 접종 홍보문이 부착되어 있다. /경인일보DB

독감과 백일해 등 겨울철 호흡기질환이 크게 번지고 있다. 일반인들 사이에선 거의 팬데믹 수준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병원마다 진료를 받기 위한 환자들이 몰리면서 새벽 ‘오픈런’이 다반사고, 병원 안팎은 장사진을 이룬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독감 의심 환자(인플루엔자 의사환자분율)는 1월 첫째 주에 1천명당 99.8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점진적인 하향세를 그리고는 있으나 넷째 주에도 36.5명으로 여전히 이번 절기 유행 기준인 8.6명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경각심을 늦춰선 안 되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2일 가수 구준엽의 부인인 대만 유명 여배우 쉬시위안(徐熙媛)이 가족과 일본여행 중 독감에 걸린 뒤 폐렴 합병증으로 급작스럽게 사망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경각심과 함께 막연한 공포감까지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백일해의 기세는 해가 바뀌어도 꺾일 줄 모른다. 2급 전염병인 백일해는 면역력이 없는 집단에선 1명이 12∼17명을 감염시킬 만큼 전염성이 매우 높은 급성 세균성 호흡기질환인데 지난해 11월 초엔 생후 2개월 영아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발병률은 예년보다 100배나 늘었다.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감염병 통계를 분석한 결과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경기도의 경우 백일해 환자 발생 수는 총 2천786명에 이른다.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총 26명의 환자가 발생했던 것과 비교하면 100배 이상 급증한 것인데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양상을 띤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높은 백신 접종률과 신속한 진단 및 치료 체계를 갖추고 있으므로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정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느껴진다.

국민들의 걱정이 이렇게 커지고 있는 데에는 사실상 실패로 끝난 의료개혁과 그에 따른 취약한 응급시스템에 대한 불안도 작용한다. 아직도 대부분의 응급의들이 진료의 최일선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은 채 정부와의 힘겨루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질병 관리 당국의 대처는 발생 숫자의 집계에만 매몰돼 있는 것 같다.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홍보를 강화함으로써 국민들의 불안감을 적극적으로 다독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