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가 정의하는 권역외상센터란 교통사고, 추락 등에 의한 다발성 골절·출혈 등을 동반한 중증외상환자에 대해 병원 도착 즉시 응급수술이 가능하고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 장비, 인력을 갖춘 외상전용 치료센터를 말한다. 우리나라엔 현재 17개의 권역외상센터가 있다.
지난 2009년 보건복지부가 응급의료 선진화 추진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OECD 국가 가운데 중증외상환자의 치료거점센터가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었다. 인천의 가천대길병원을 비롯해 대구 경북대병원, 충남 단국대병원, 전남 목포한국병원, 강원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이 2012년도에 선정된 우리나라 최초의 권역외상센터들이다. 경기남부권역의 아주대병원은 그 이듬해에, 경기북부의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은 2014년도에 각각 선정됐다.
이들 권역외상센터의 맹활약으로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지난 2010년 20%인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35.2%에 달했으나 2015년 30.5%, 2017년 19.9%, 2019년 15.7%, 2021년 13.9%까지 감소했다. 경기·인천 지역의 경우 2015년 27.4%에서 2021년 10%로 대폭 감소한 것으로 보건복지부의 연구평가 결과 나타났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권역외상센터는 어느 지역 가릴 것 없이 만성 적자와 고강도 노동, 의료진 부족이라는 고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외상센터의 진료 특성상 환자가 늘면 늘수록 적자 폭도 커지는 구조인데 그 부담은 전적으로 권역외상센터를 갖고 있는 해당 의료기관의 몫이다. 환자 이송에 없어선 안될 필수장비이지만 띄우면 띄울수록 적자인 닥터헬기의 운용이 대표적인 사례다.
외상학 전문의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371명이 배출됐지만 근무 여건과 보수가 좋은 일반병원으로 이직하기 일쑤다. 정부가 권역외상센터 운영과 외상 전문인력 육성에 일정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는 있으나 지원 규모나 방식이 현실을 따라가긴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어제 자 경인일보 ‘참성단’에서도 짚었듯이 한국 의료는 코드 블루(Code blue)가 발령된 위급상황이다. 정부가 내걸었던 의료개혁은 1년을 넘게 질질 끌면서 실패로 끝났다. 그 사이 한국 의료가 세운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의 기적도 하릴없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정부의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