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는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축산물 물가 지수가 4.8% 올랐다고 밝혔다. 사진은 2일 서울 대형마트에 진열된 돼지고기. 2025.5.2 /연합뉴스
농림축산식품부는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축산물 물가 지수가 4.8% 올랐다고 밝혔다. 사진은 2일 서울 대형마트에 진열된 돼지고기. 2025.5.2 /연합뉴스

마트와 시장 등에서의 식재료 구매와 식당에서의 외식이 동시에 줄어드는 전례 없는 현상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음식료품 판매지수와 음식점업 생산이 2023년부터 계속 감소 중인 것이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처음 겪는 증상이다.

음식료품 소매판매는 2021년까지 매년 증가했지만 2022년 2.5% 줄어든 뒤 3년 내리 줄었다. 음식점업 생산은 코로나19 때 급감했다가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반등에 성공했지만 2023년 0.7%, 2024년 1.9% 등 잇따라 줄었고 감소 폭도 커졌다. 전방위적인 먹거리 소비 감소 행진은 금년 1분기에도 계속됐다. 경기 부진이 계속되는 터에 먹거리 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것이다.

식품 판매와 외식이 동시에 줄어드는 것은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경기 침체기에 나타나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식료품과 외식 소비는 한쪽이 줄면 다른 쪽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사회적 거리두기로 음식점 생산은 16.0% 급감한 대신 집밥 수요가 늘면서 음식료품 소매판매는 13년 만에 최대폭(4.6%)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023년부터는 식품과 외식 동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2023년 이후 이상기온 등으로 폭등세를 보이던 채소·과일 등 농산물가격은 최근 들어 안정세를 유지 중이나 가공식품 가격이 들썩거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4개월 연속 2%대를 유지하며 안정되었지만 6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의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41% 상승했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 폭은 5개월째 커지고 있다. 지난 2023년 12월 이후 16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환율 리스크가 겹친 탓이다.

앞으로도 가공식품 가격 인상 러시는 한동안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석달 연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 기후와 재배면적 감소, 고환율 등의 영향이다. 국내의 정국 혼란을 틈탄 식품업체들의 무더기 가격 인상은 설상가상이다. 정부는 민생물가 관리를 언급하지만 교육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초유의 ‘대대대행 체제’에서 물가당국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은 ‘쇠귀에 경 읽기’인 것이다. 다음 달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먹거리 물가 불안이 계속될 것 같아 걱정이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