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비판과 비난조차 무용한 식물정당으로 널브러졌다. 국민의힘은 김문수 대선 후보에게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와의 무조건 단일화를 압박하고 있다. 김 후보는 8일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당 차원의 강제 단일화 중단을 요구하고, 후보 등록 후 단일화 일정을 제시했다. 하지만 권영세 비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는 김 후보의 제안을 무시하고 단일 후보 선정을 위한 여론조사를 밀어붙인다.
국민의힘이 지난 3일 당원이 선출한 공식 대선 후보를 임의로 교체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당사에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명분은 당원과 보수층의 단일화 요구다. 김 후보 선출이 한 예비후보로의 단일화를 위한 당원들의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경선 현상은 그랬다. 문제는 김 후보가 거부하면 실현 불가능한 망상이었다. 당에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당대회나 전국위원회로 후보를 교체하는 시나리오가 회자되고, 김 후보는 가처분 신청으로 후보 교체 절차를 원천봉쇄하고 나섰다. 당과 대선후보가 완전하게 등을 돌렸다.
10, 11일이 대선 후보 등록일이다. 한 예비후보가 등록을 포기하면 국민의힘은 교체하려던 김 후보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 만에 하나 후보 등록 후 한 예비후보로 단일화가 된다 해도 국민의힘은 자당 후보를 폐기한 채 무소속 후보를 지원해야 한다. 직전 집권여당이자 정통 보수정당이 퇴출하려던 후보 아니면 무소속 후보만 남은 셈이다. 대선은 국민의힘이 공당의 정체성과 결사의 이유가 없는 정당임을 자인하며 자멸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의 자멸적 행태는 오래된 악습이 누적된 결과다. 보수의 가치와 신념을 대의하기 보다 당권에 집착한 다선 중진들의 맹목적 이기주의로 당의 수권능력을 고갈시켰다. 당원들이 당의 혁신을 위해 선출한 청년 대표 이준석과 비주류 대표 한동훈을 온갖 모략으로 쫓아냈다. 당내 기득권 유지에 혈안이 된 소인배 정치로 당원의 기대를 배신한 것이다. 혁신의 기회를 날렸고 대권 후보들의 씨를 말렸다. 그 결과가 위헌 계엄 정권의 내부자인 한덕수, 김문수를 놓고 당권파들이 후보 교체 소동을 벌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보수의 가치와 신념에 대한 배신이다.
대선 후보가 비상계엄 대국민 사과와 보수재건 범국민선대위로 국민을 설득해도 부족한 시점이다. 8일 생중계된 김문수-한덕수 담판은 이와 거리가 한참 멀었다. 자멸적 갈등을 국민이 수용할 수준으로 종결하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파국을 면치 못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