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국민들은 또 한 번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교체 소동에 경악했다. 10일 새벽에 벌어진 김문수 후보에 대한 후보 자격 박탈과 한덕수 예비후보의 국민의힘 입당, 이후 전 당원 투표를 통한 김 후보 지위 회복으로 종결된 과정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들의 새벽 날치기 개헌안 통과를 연상시켰다. 공당이 선출한 후보와 무소속 예비후보와의 강압적 단일화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불거졌던 ‘한덕수 차출론’ 자체가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등록에서 야기된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는 당 지도부, 김 후보, 한 전 예비후보 3자의 합작품이나 다름없다. 경선 과정에서 단일화 약속으로 당원들의 지지를 받고도 자신이 후보라는 사실만 앞세운 김 후보, 과도한 후보 단일화를 압박한 당 지도부, 무임승차하려는 한 전 예비후보 모두의 책임이다. 특히 당 지도부가 당헌 74조 2를 근거로 한 전 예비후보로의 교체를 쿠데타하듯 새벽에 결행한 건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대선 승리보다 친윤 그룹이 선거 이후의 당권과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챙기려는 의도였다는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결국 김 후보가 전 당원 투표로 후보의 지위를 회복했지만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결정 과정은 민주화 이전의 정당사를 포함하여 역대급 흑역사로 남게 됐다. 게다가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사퇴를 포함하여 친윤 축출을 요구하는 홍준표, 한동훈 전 후보 측의 주장으로 내홍은 여전하다. 지난해 비상계엄 이후 지금까지 보여 준 국민의힘의 행태는 상식과 이성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김 후보, 홍준표 전 후보 등은 극우 지지자와 극렬 강성 유권자에 편승하여 경선을 치렀다. 김 후보는 끝까지 탄핵에 반대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로 21대 대선의 대진표가 확정됐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김 후보가 탄핵 반대 입장을 바꾸고 대국민 반성 메시지를 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을 옹위하고 계엄과 탄핵에 대국민 반성이 없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이에 순응하는 구성원들의 생각이 여전하다면 대선 정국을 반전하기 힘들다. 김 후보는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후보 결정 과정의 희생자가 될 뻔했다. 시대착오적인 국민의힘의 주류 교체와 윤 전 대통령과의 결별을 단행해야 대선에 대응하고 대선 후 보수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