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공지영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두부 한 모 사올래?”

어린 시절 엄마의 심부름에 달려갔던 곳은 집 근처 전통시장이었다. 집에서 나와 5분만 뛰어가면 시장이 있었다. 그때는 전통시장이 ‘대형 마트’ 같았다. 없는 게 없어서 이것저것 볼 것도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니던 곳이라서. 어른이 된 후, 아주 오랜만에 다시 시장을 찾았을 때 큰 주차장이 돼 있었다. 도심 한가운데 있던 시장이라 개발을 피하지 못했다. 10년마다 변하는 강산처럼 세태의 변화를 이기지 못했다.

그래서 오산에 있는 오색시장을 갔을 때 반가움이 컸다. 평일 낮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점심을 먹거나 장 보러 온 사람들에 더해 상인들의 시끌시끌한 장사 소리가 섞인, 그 특유의 분위기를 오랜만에 물씬 느꼈다. 시장 곳곳엔 젊은 사람들이 참 많았다. 평일 낮, 관광지도 아닌 도심 속 시장에선 잘 보지 못한 풍경이다. 가격이 싼 건 맞지만, 인근엔 대형마트도 있다. 도심이라 접근성이 좋다고는 하지만, 손가락 하나로 장을 보는 편리한 세상에서 많이 낯선 풍경이다.

역사로 치면 100년이 넘었다는 오래된 시장이 주차장으로 바뀌지 않고 여전히 시장으로 존재하는 데는 변화를 피하지 않고 정석대로 노력했기 때문이다. 취급품목이 아닌 수제맥주로 축제를 만드는 도전을 감행하면서 그 바탕에 ‘같이 가야 같이 산다’는 상인들의 연대가 있었다. 장사가 잘되는 먹거리 골목이 아니라, 유동인구가 적은 시장 골목에 축제를 열어 시장 곳곳을 알렸다. 축제의 모든 건 상인들이 힘을 모아 해결해 나갔다. 1년에 한번뿐인 축제는 시민들에게 여전히 시장이 살아있음을 알렸고 세상의 ‘편리’를 이기는 훌륭한 마케팅이 되었다. 그렇게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지자 길 찾기 쉬운 ‘오색’으로 시장을 바꾸고 안전시설을 만들고 팸플릿 하나도 신경썼다고 했다.

자고 일어나면 변하는 세상이 두렵긴 해도 본연의 이치대로만 하면 그리 무서울 것도 아니라는 걸 이 오래된 시장에서 배웠다. 벌써 12번째 ‘야맥축제’가 다음달에 열린다.

/공지영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