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고법 전경. /경인일보DB
수원고법 전경. /경인일보DB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지령문을 받고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 민주노총 간부들이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받거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고법 형사2-3부(박광서 김민기 김종우 고법판사)는 15일 전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모(54)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9년 6개월에 자격정지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석씨에게 징역 15년 및 자격정지 15년을 선고했다.

석씨와 함께 기소된 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김모(50)씨에게는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전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부위원장 양모(56)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1심에서 각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징역 5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전 민주노총 산하 모 연맹 조직부장 신모(53)씨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석씨의 행위는 단지 민주노총 차원의 개인 일탈을 중징계하는 것으로 그칠 문제가 아니라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고 우리 사회의 혼란을 초래해 대한민국 존립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중한 범죄”라면서도 “다만 민주노총이 피고인이 조직한 비밀조직에 의해 장악돼 운영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양씨와 관련해서는 “피고인이 반국가단체 구성원과 회합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지령문은 전적으로 북 공작원과 석씨 사이에서 주고받은 것으로 피고인이 관여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으며, 피고인이 지령문에 기재된 내용을 수행했다고 인정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김씨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하면서 “피고인이 이 법원에 이르러 기본적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한 점, 석씨와의 범행은 석씨가 주도했고 피고인은 소극적으로 가담한 점, 북과의 관계를 단절하고자 시도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석씨 등은 지난 2017~2022년 북한 지령문을 받아 노조 활동을 빙자해 간첩 활동을 하거나 중국과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선한 혐의로 2023년 5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과 국정원, 경찰청 등이 이 사건 수사로 확보한 지령문은 90건, 대북 보고문은 24건에 달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