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호우 속 16일 하버파크호텔서 개막식

7년째 사회 맡은 조민수·김환 매끄러운 진행

아트플랫폼 야외 무대선 10CM 축하 공연

개막작 ‘국도 7호선’ 상영, 빗속에도 관객들 자리 지켜

지난 16일 오후 인천 중구 하버파크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배우 조민수와 아나운서 김환의 사회로 진행되고 있는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 개막식. 조민수, 김환은 7년 연속으로 영화제 사회를 맡고 있다. 2025.5.16 /디아스포라영화제 제공
지난 16일 오후 인천 중구 하버파크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배우 조민수와 아나운서 김환의 사회로 진행되고 있는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 개막식. 조민수, 김환은 7년 연속으로 영화제 사회를 맡고 있다. 2025.5.16 /디아스포라영화제 제공

인천을 대표하는 국제 영화제, 디아스포라영화제는 그 주제를 연상케 하는 거친 비바람도 이겨냅니다. 실제로 그랬습니다.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 개막식이 지난 16일 오후 7시 인천 하버파크호텔 2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렸습니다. 애초 인천아트플랫폼 야외 광장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집중 호우로 개막식 장소가 급하게 바뀌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디아스포라영화제 개막식은 7년째 사회를 맡고 있는 조민수 배우와 김환 아나운서가 매끄럽고 순조롭게 진행했습니다. 두 사회자는 “디아스포라영화제 개막식이 명절 같다”며 애정을 보이네요. 조민수 배우는 “올해는 영화제 기간 내내 영화제를 즐기려 한다”며 “길에서 만나면 인사해달라”고 했습니다.

디아스포라영화제를 주최한 인천시를 대표해 영화제 개막식을 찾은 하병필 인천시 행정부시장은 이렇게 축하 인사를 건넸습니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통해 많은 사람이 떠나고 들어오는 출발지이자 종착지입니다. 새로이 도착하는 이들에게 편견과 차별이 없는 도시입니다.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인천의 마음을 담는 예술적 그릇이며, 화합과 공존을 담고자 합니다. 5일 동안 40개국 총 79편의 영화를 상영합니다. 작품을 관람하면서 그 속에서 인생의 여정을 되돌아보고 동행자를 발견하고 위로와 휴식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지난 16일 오후 인천 중구 하버파크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배우 조민수와 아나운서 김환의 사회로 진행되고 있는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 개막식. 2025.5.16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지난 16일 오후 인천 중구 하버파크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배우 조민수와 아나운서 김환의 사회로 진행되고 있는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 개막식. 2025.5.16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올해도 많은 반가운 이들이 영화제를 찾았습니다. 디아스포라영화제 자문위원을 맡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던 ‘디아스포라’ 재일조선인 학자 서경식(1951~2023)의 파트너 후나하시 유코 씨, 국회의원 출신 이자스민 한국문화다양성기구 이사장이 올해에도 개막식에서 관객들에게 인사했습니다.

이광훈 인천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은 “영화라는 창을 통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를 환영하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며 “이 자리를 위해 애써 준 인천시와 영화인에게 감사드린다”고 개막 선언을 했습니다.

빗속에서 상영해 감성 더한 개막작 ‘국도 7호선’

예정된 개막식 축하 공연은 인천아트플랫폼 야외 광장에서 동시에 열렸습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싱어송라이터 10CM(십센치)의 공연을 보고자 많은 관객들이 야외 광장의 객석을 가득 메웠습니다. 십센치는 ‘너에게 닿기를’ ‘봄이 좋냐??’ 같은 대표곡을 선보였습니다.

장마처럼 쏟아진 빗줄기가 개막식이 끝날 때쯤 사그라들었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 야외 광장에서 예정됐다가 취소될 뻔한 영화제 개막식의 꽃인 ‘개막작 상영’도 안전하게 재개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16일 오후 인천아트플랫폼 야외 광장에서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 축하 공연을 한 싱어송라이터 십센치. 2025.5.16 /디아스포라영화제 제공
지난 16일 오후 인천아트플랫폼 야외 광장에서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 축하 공연을 한 싱어송라이터 십센치. 2025.5.16 /디아스포라영화제 제공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 개막작은 재일 동포 3세인 전진융 감독의 신작 ‘국도 7호선’입니다.

한국과 일본에 모두 존재하는, 북한으로 향하는 7번 국도 관한 영화입니다. 부산에서 시작하는 7번 국도는 강원도 고성을 지나 금강산과 함흥으로 향하는 도로입니다. 일본의 7번 국도는 한때 재일조선인들이 북한으로 향했던 배가 드나들었던 니가타항과 연결되는 도로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이자 재일 동포인 영호(소지 아라이)는 일본 아키타현 7번 국도가 지나는 작은 마을에서 어머니(야마모토 미치코)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50년 동안 운영한 파친코 가게를 접습니다. 그 기념으로 영호가 제안하는 해외 여행 대신 7번 국도를 타고 니가타 항구에서 북쪽을 바라보는 여정을 택합니다. 어머니는 그곳에서 만나지 못하는 동생을 그립니다.

영호의 어머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뜹니다. 영호는 어머니 앞으로 온 오래된 북한 편지를 발견하고, 딸 나나(기자키 미나)와 함께 한국의 7번 국도를 타고 남한에서 갈 수 있는 끝까지 가보는 여정을 떠납니다.

남북 분단에 관한 영화이면서 그 사이에 있는 일본, 즉 재일 동포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디아스포라의 시선을 담은 영화입니다. 일본에서 어머니와 아들의 7번 국도 여정이 한국에서의 아버지와 딸의 7번 국도 여정으로 이어집니다. 이산 가족의 아픔은 우리만이 아니었음을 영화는 담담하게 전합니다.

“파친코에서 대박 나듯 ‘777’ 됐으면”

바람 전한 재일 동포 3세 전진융 감독

“장편 영화 추진하기 위한 중간 작업”

빗속에서도 관객들은 자리를 지키며 개막작을 관람했습니다. 영화제 스태프들은 물론 전진융 감독까지 그 모습에 감동했네요. 영화 상영이 끝난 후, 비로 인해 취소됐던 감독의 무대 인사가 즉석에서 이어졌습니다. 전진융 감독은 2022년에 이어 다시 디아스포라영화제에 신작을 들고 방문했습니다.

지난 16일 오후 인천아트플랫폼 야외 광장에서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 개막작 ‘국도 7호선’이 상영되고 있는 가운데 빗속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메우고 있다. 2025.5.16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지난 16일 오후 인천아트플랫폼 야외 광장에서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 개막작 ‘국도 7호선’이 상영되고 있는 가운데 빗속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메우고 있다. 2025.5.16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전진융 감독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아키타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공부하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살면서 국도 7호선이 부산에서 북한을 거쳐 러시아 국경까지 이어진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길은 도시와 도시, 사람과 사람을 잇는 것인데, 분단으로 그렇지 못한다는 슬픔을 느꼈습니다.

재일 동포들이 많이 장사했던 파친코 사업과 연결시켰습니다. 한국의 7번 국도와 일본의 7번 국도 가운데에 7번 국도(북한 쪽)가 이어지면 ‘777’로 대박이 터집니다. 가운데 7이 이어지고 사람들이 편하게 왕래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배우들도 인천을 찾았습니다. 영화 속 영호의 딸 나나 역을 맡은 일본인 배우 기자키 미나는 ‘국도 7호선’을 촬영한 이후 아예 한국에 머물며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배우 경력을 이어가고 싶다고 합니다. 그는 “한국에서 배우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던 중에 ‘국도 7호선’이 디아스포라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됐다”며 “한국에서 많은 관객이 관람하게 됐다는 게 놀랍고 신기하고 영광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 영화는 다음 장편 영화 제작을 위한 일종의 ‘파일럿 필름’이라고 합니다. 장편 영화로도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20일까지 애관극장, 아트플랫폼, 인천미림극장에서 이어져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오는 20일까지 인천 애관극장, 인천아트플랫폼, 인천미림극장에서 개최됩니다.

▲디아스포라 장편 ▲디아스포라 단편 ▲디아스포라 인 포커스 ▲디아스포라의 눈 ▲시네마 피크닉 등 5개 섹션에서 40개국 79편의 작품을 상영합니다.

영화제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친환경 플리마켓 ‘만국시장’이 올해에도 영화제와 함께하고요. 지역 맛집들의 식·음료 부스 ‘디아피크닉’, 러닝크루와 영화제 현장과 도시를 누비는 ‘디아러너스’, 지역 도보 투어 프로그램 ‘개항장 디아유람단’ 등이 마련돼 있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 야외 무대에서는 ‘유라&만동’ ‘윈디시티’ 등이 참여하는 공연과 인천음악창작소와 연계한 ‘4123’ ‘산만한시선’의 버스킹 무대가 펼쳐집니다. 음악과 공연을 함께하는 ‘디스코 에어로빅’ 체험 프로그램도 열립니다.

핵심은 영화죠. 이번 기회가 아니면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한 영화들을 관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인천의 오래된 극장들과 인천아트플랫폼으로 산책을 떠나는 건 어떨까요. 영화제 프로그램과 상영작 정보를 디아스포라영화제 공식 홈페이지(www.diaff.org)에서 확인하고 가시죠.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