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관람객 400만 명… 가족 나들이 명소 자리매김

5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및 기획 전시·특별 이벤트

지난 5일 한국만화박물관을 찾은 400만번째 관람객이 탄생해 이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조관제 이사장, 400만번입장객가족, 조용익 부천시장,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백종훈 원장 순. 2025.5.5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지난 5일 한국만화박물관을 찾은 400만번째 관람객이 탄생해 이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조관제 이사장, 400만번입장객가족, 조용익 부천시장,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백종훈 원장 순. 2025.5.5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부천시에 가면 ‘대한민국 최초로 발행된 만화의 탄생 기록’, ‘어릴 적 즐겨봤던 인기 만화들의 연대기’, ‘K-웹툰을 선도하는 유명 웹툰들의 시대별 작품’ 등을 한눈에 만날 수 있다.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공립 만화 박물관인 한국만화박물관이 그 곳이다.

한국만화박물관은 지난 5일 어린이날을 맞아 누적 관람객 400만 명을 돌파할 만큼 이미 대한민국 대표 가족 나들이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5월에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기획 전시, 특별 이벤트를 선보인다.

■ 광복 80주년 특별전, 평범한 일상 속 역사와 만나다

한국만화박물관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지난 1일부터 오는 9월14일까지 특별전시 ‘아주 보통의 하루’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광복 이후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만화 작품을 통해 역사의 흐름을 되짚어보는 특별전이다. ‘지금 이 순간의 평온함에 만족하는 삶의 태도’를 모티브로 삼아, 특별하지 않아도 소중한 일상의 가치를 만화로 풀어낸다.

특별전시 ‘아주 보통의 하루’ 포스터.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특별전시 ‘아주 보통의 하루’ 포스터.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전시에는 1940~1960년대 대중의 사랑을 받은 만화와 그 속의 장면들이 다채롭게 구성돼 있으며, 관람객이 직접 촬영할 수 있는 포토존과 체험형 공간도 마련돼 있다. 특히 가족 단위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만화를 통해 시대의 분위기와 감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이번 전시는 평범한 일상의 가치와 만화의 사회적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는 계기를 제공한다.

■아이와 함께하는 주말 교육, ‘우리 가족이 만화의 주인공’

5월과 6월에는 가족과 이웃을 주제로 한 창의적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특히 환경과 공동체 가치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만화 콜라주 만들기-알록달록, 복작복작, ESG체험’은 폐기 예정인 만화책이나 잡지를 활용한 콜라주 교육으로 자원 순환과 절약의식을 함께 배울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초등생 자녀를 포함한 가족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이달 말부터 6월 초까지 주말에 총 4회 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만화박물관의 ‘만화 콜라주 만들기-알록달록, 복작복작, ESG체험’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손수 꾸민 작품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한국만화박물관의 ‘만화 콜라주 만들기-알록달록, 복작복작, ESG체험’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손수 꾸민 작품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오는 7월부터는 ‘네컷 만화 만들기-이웃집, 만덕이’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가족이 함께 만화의 기초부터 창작까지 배우며 ‘이웃’을 주제로 네 컷 만화를 제작하는 체험으로 창의력과 공감 능력을 동시에 길러준다. 총 9회의 교육과 더불어 소외계층을 위한 특별 방문 교육도 계획돼 있다. 이들 교육 결과물은 오는 8월19일부터 9월21일까지 박물관 교육실 앞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모든 교육은 사전 예약을 통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현장 접수도 가능하다.

■문화재와 함께하는 만화 역사 여행

한국만화박물관은 문화유산의 가치를 간직한 공간이기도 하다. 현재 김용환 작가의 ‘토끼와 원숭이’, 김종래 작가의 ‘엄마찾아 삼만리’, ‘만화 코주부삼국지(1~3권)’ 등 총 3종의 국가등록문화유산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토끼와 원숭이’는 아동문학가 마해송(1905~1966)의 원작을 김용환(1912~1998)이 그린 만화로 토끼와 원숭이 등의 동물들을 등장시켜 자주독립국가에 대한 염원을 해방 전후의 정치상황에 대한 비유와 상징으로 풀어내며, 일제의 부당한 침략행위와 식민통치를 고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만화 단행본으로 해방 후 예술·문학 등 문화사 및 만화사를 이해할 수 있는 자료다.

김용환 작가의 ‘토끼와 원숭이’ 작품.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김용환 작가의 ‘토끼와 원숭이’ 작품.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엄마찾아 삼만리’는 김종래(1927~2001) 작가가 1958년에 발표한 고전사극 만화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주인공인 소년 금준이가 노비로 팔려나간 엄마를 찾아다니는 사모곡으로 한국전쟁 전후의 피폐한 사회상과 부패상을 조선시대에 빗대 고발한 작품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베스트셀러 만화의 원화로 고전사극으로 대표되는 장르를 개척, 1950~1960년대 만화를 연구하는데 큰 가치를 지닌 작품이다.

‘코주부 삼국지’는 학생잡지 월간 ‘학원’에 연재돼 큰 인기를 얻었던 장편 서사물 만화를 단행본 3권(1953년, 1954년, 1955년)으로 출판한 작품이다. ‘그림이야기책’ 형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칸이 나뉘고, 말풍선이 등장하는 형식적 진보를 보여주는 등 만화구성과 구도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의 계기를 마련하면서 한국 현대만화의 탄생에 큰 영향을 줬다.

■문화교류의 장, 글로벌 만화문화 허브로 도약

글로벌 만화문화 네트워크의 중심으로서 한국만화박물관의 위상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만화박물관 운영 기관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지난 3월18일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과 협약(MOU)를 체결하며 본격적인 국제 교류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2025 한국-이탈리아 문화교류의 해’를 맞아 진행된 협약으로, 향후 양국의 만화 예술 교류 확대 및 공동 문화사업 추진을 목적으로 했다.

지난 3월18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이 만화 예술 교류 확대 및 공동 문화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2025.3.18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지난 3월18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이 만화 예술 교류 확대 및 공동 문화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2025.3.18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이를 위해 다음달에는 이탈리아 출신 작가 비르고니오 보나(Virgonio Vona)가 한국을 방문한다. 그는 사이버펑크와 도시풍경을 결합한 작품 세계로 잘 알려진 예술가다. 오는 6월11일에는 이탈리아 작가가 직접 준비해 관객들과 호흡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12일에는 만화 창작을 주제로 한 워크숍이 진행된다.

이번 프로그램은 지난 5일 이탈리아 만화가 알레시오 모로니(Alessio Moroni)를 초청해 펼쳐진 특별 드로잉쇼와 강연의 뒤를 있는 협업 프로그램으로, 한국과 이탈리아 간 만화 예술의 교류 행사로 주목받고 있다.

부천/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