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성 동탄 납치 살인 사건’ 발생 1달 전 피해 여성이 600장에 달하는 의견서를 통해 가해 남성에 대한 구속수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사건 검토만 하다 신병처리에 나서지 않은 것을 두고(5월 16일 지면 보도=동탄서 살해된 여성 ‘600장의 SOS’ 한달간 검토만 한 경찰), 한국여성의전화는 “국가의 무능력과 무책임으로 또 한 명의 여성이 목숨이 잃었다”고 규탄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0일 ‘동탄 가정폭력 여성 살해 사건에 부쳐’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피해 여성이 사건 한 달여 전 600쪽 분량의 고소보충이유서를 제출하고 ‘보복 등이 우려돼 가해자를 구속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경찰은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음에도 필요한 서류만 작성하는 등 실제 구속영장 신청에는 나서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등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거나 피해자 보호 조치 등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사망하는 사건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 내 여성살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살해되거나 살해당할 위험에 처한 피해자(주변인 포함) 650명 중 114명(17.5%)은 경찰에 신고하거나 피해자 보호 조치 등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단체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하며 여성 관련 정책은 외면하던 지난 정권 내내 여성들은 매일 목숨을 잃거나 위협받았다”며 “여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가가 내놓는 정책이라고는 피해자보호 장치 강화, 쉼터 유형 다양화, 민간 경호 지원 등뿐이고 조기 대선을 2주 앞둔 현재 차기 정부를 이끌어갈 대선 후보들에게서도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끝으로 “여성살해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며 국가적 재난이자 국가의 책무”라며 “더 이상의 무관심은 용납할 수도, 용납돼서도 안 되며 이제는 국가가, 정치가,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응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