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찾아… 절제된 내조

 

광주·전남 등 텃밭만 5차례 방문

비공개로 종교계 만남·봉사활동

논란 요소 거리두는 신중 모드로

대선을 보름여 앞두고 대선 후보 배우자들의 선거 지원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자당 김문수 대선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여사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의 TV 생중계 토론까지 제안할 정도로 부인의 내조 경쟁도 이번 대선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유독 대통령 부인의 문제가 정치 이슈로 많이 부각된 김건희(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여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데 유력 대선 주자들의 배우자 근황을 소개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가 21일 오전 전남 목포시 공생원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5.5.21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가 21일 오전 전남 목포시 공생원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5.5.21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회적 약자를 만나는 등 민생 깊숙이 스며드는 ‘로키(Low-key)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 여사는 21일 전남 목포에 인양돼 있는 세월호 선체를 방문해 세월호 참사 당시의 기억과 아픔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김 여사는 대선 기간 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남을 5차례나 방문했다.

지난 20일에는 광주 광산구 한 복지시설에서 배식 봉사를 한 뒤 서구 쌍촌동 자립지원 전담기관에서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청년들과 1시간 동안 비공개 면담을 가졌고, 이날 오후 전남 해남에선 지역민들을 만났다.

앞선 14일 김 여사는 광주 남구 한 노인복지관에서 점심 배식봉사를 하고, 오월어머니집을 찾아 5·18 희생자 가족을 만났다. 16일에도 북구 한 노인복지시설에서 배식봉사를 하는 등 조용히 이 후보의 선거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해남을 찾은 김 여사를 두고 “다정다감하시고 이희호 여사님이 자꾸 떠오른다”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김 여사는 선거운동 기간 유세 현장 전면에 나서 직접 지지를 호소하기보다, 비공개 일정으로 종교계를 예방하고 봉사활동을 이어가는 등 조용하고 눈에 뜨지 않는 ‘절제된 내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김 여사가 처음부터 물밑 행보를 보인 건 아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이 후보가 대권주자로 부상하자 경선 참여 등 함께 지방 일정에 동행했고, TV 예능프로그램에 동반 출연하기도 했다.

한때 허위사실을 유포한 트위터 계정이 김 여사 소유라는 이른바 ‘혜경궁 김씨’ 의혹이 불거져 잠시 공개 행보를 멈췄지만, 무혐의 처분 뒤 2021년 대선에 출마한 이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와 ‘내조의 여왕’이란 평을 듣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김 여사의 로키 행보가 조기 대선으로 시간이 짧은 데다 본인의 재판도 진행 중인 만큼 언론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압도적 승리를 자신하던 민주당이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격차가 조금씩 좁혀지는 모습을 보이자 낙관론을 접고 ‘신중 모드’로 방향을 설정한 것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엔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배우자 TV토론’ 제안에 대해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으로 1·2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김 여사의 도덕성 논란을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정치권 해석이 나오자, “황당하고 해괴한 제안”이라며 거부하는 등 당 차원에서도 논란이 될 요소들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김 여사가 광주·전남을 항상 중요하게 여기면서 특별한 애정과 관심을 쏟고 있다”며 “이를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비공개 일정 속에서도 지역 곳곳을 다니며 조용한 선거운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은기자 z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