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마을금고에서 1천700억원대의 부당대출 사건이 발생해 수사 중인 경찰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23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성남시 소재 A새마을금고 및 피의자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경찰은 새마을금고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부동산 개발업자 B씨 등 3명과 A새마을금고 대출 담당 직원 C씨 등 4명을 포함해 총 7명을 형사 입건한 바 있다.
B씨 등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A새마을금고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도합 1천716억원 상당의 부당 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법인 20여개를 만들어 이른바 ‘쪼개기’ 방식으로 대출을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서류를 위조하거나 담보 가치를 부풀리는 등의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 등은 B씨 등의 범행에 공모한 의혹으로 수사받고 있다.
새마을금고의 동일인 대출한도는 자기자본의 20% 또는 총자산의 1%를 초과할 수 없다.
그러나 B씨 등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대출을 받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난해 A새마을금고에서 부당대출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일선 경찰서가 맡고 있던 이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관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기초 수사를 진행한 뒤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이날 전격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압수수색에 투입된 수사관들은 피의자들 사이에 이뤄진 대출과 관련한 서류와 전자정보 일체를 확보했다. 또 PC와 휴대전화 등 개인 전자·통신장비를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확인되는 혐의와 관련해서 추가적인 자료 확보가 필요하다 판단돼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자세한 수사 내용에 관해서는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A 새마을금고의 부당대출액 1천716억원은 지난 한 해 동안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발생한 전체 금융사고 피해액과 맞먹는 규모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에서는 지난해 부당대출 및 직원 횡령 등 총 86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해 1천774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금융사고 피해액은 2020년 약 59억원, 2022년 약 822억원, 2023년 약 51억원을 기록하다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났는데, A 새마을금고 단일 지점에서 이와 맞먹는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