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들과 ‘경찰학실습’ 강의를 수강하는 경기대 경행과 재학생들, 수원중부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수원시 지동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가운데는 노순자 수원시중국동포협회장. 2025.5.22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수원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들과 ‘경찰학실습’ 강의를 수강하는 경기대 경행과 재학생들, 수원중부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수원시 지동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가운데는 노순자 수원시중국동포협회장. 2025.5.22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중국 동포 사건이 터질 때마다 편견을 마주해요….”

지난 22일 오후 7시 수원시 지동에서 중국 동포들이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 조끼를 입고 방범 순찰에 나섰다. 이날 도보 순찰은 수원에 거주하는 한족·조선족 등의 화교와 한국에 귀화한 경우까지 총 29명의 중국 동포가 모여 지동 일대 골목을 1시간 가량 걷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원중부경찰서 소속 경찰관 10명과 경기대 경찰행정학전공 재학생 33명도 함께했다.

한 달에 두 번씩 만나 골목 곳곳을 누비는 수원시중국동포협회의 도보 순찰 활동은 10여년 전에 시작됐다. 지난 2012년 중국 국적의 오원춘(당시 41세)이 수원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심하게 훼손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수원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들을 향한 선주민들의 배척은 극심했다고 한다.

수원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들과 ‘경찰학실습’ 강의를 수강하는 경기대 경행과 재학생들, 수원중부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수원시 지동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2025.5.22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수원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들과 ‘경찰학실습’ 강의를 수강하는 경기대 경행과 재학생들, 수원중부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수원시 지동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2025.5.22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노순자 수원시중국동포협회장은 “당시 중국 동포 상인들이 가게에서 판매하는 양고기가 사실 사람 고기라는 소문까지 있었다”면서 “수원역 인근 건물에서 임대를 내도, 중국 동포들은 범죄자 취급을 하며 세를 내어주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이어 “지역 주민들을 만나고 어울리면서 오해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 순찰대를 꾸렸고, 수원역 앞 로데오거리 일대를 돌며 거리를 청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낮이 비교적 짧아 금방 어두워지는 겨울철에도 어김없이 골목 깊숙이까지 찾아들어갔다. 위험한 물품이 보이면 112에 신고하고, 술에 취한 사람들을 챙기는 순찰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지만, 중국 동포가 저지르는 강력 사건이 발생하면 또다시 편견 어린 시선을 마주하게 된다고 이들은 말했다. 실제 최근 시흥시에서 2명을 살해하고 2명을 다치게 한 차철남이 중국 국적이라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중국인에 대한 낙인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인 Pick] 중국 동포 잇단 범죄소식… ‘반중 정서’ 고조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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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건물주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로 검거됐다. 같은날 새벽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는 40대 중국 동포가 주점 데크에서 술을 마시던 20대 남녀에게 흉기를 들고 돌진하는 일이 벌어졌다. 잇따른 범죄 소식에 시민들은 불안감을 표하고 있다.
https://www.kyeongin.com/article/1740390

2년 전부터 순찰 활동에 참여한 이길동(68·귀화)씨는 “나쁜 사건이 하나 발생할 때마다 중국인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여겨지고, 한국 사람들이 중국 사람들을 멀리하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순찰 활동을 통해서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계속 미치고 싶다”고 했다.

지난 2007년에 한국에 입국한 뒤 수원에서 거주하고 있는 중국 동포 이길동(68·귀화)씨는 “술에 취해 위험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제지하는 등 방범 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2025.5.22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지난 2007년에 한국에 입국한 뒤 수원에서 거주하고 있는 중국 동포 이길동(68·귀화)씨는 “술에 취해 위험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제지하는 등 방범 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2025.5.22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이날 중국 동포들과 더불어 야광색 조끼를 입은 대학생과 경찰의 행렬이 나타나자 시민들의 눈길이 이어졌다. 경찰을 지망하는 대학생들에게 이번 순찰 ‘실습’은 범죄 예방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가 됐다. 경기대 경행과 재학생 이수민(4학년)씨는 “순찰을 하면서 수원의 주요 길목들을 알게 되고, 특정 시간대에 얼마만큼의 사람들이 모이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주민들이 우리 순찰대를 의식하는 걸 보며 실제 범죄 예방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양해규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장은 “중국 사람들을 포함해서 외국인들은 관련 범죄가 발생하면 혐오의 타깃이 되곤 한다”면서 “한국 사회에 내재된 외국인 차별을 없애기 위해 센터에서도 선주민과 이주민이 이웃으로 지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꾸준히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