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벽 허물고 파격 혜택 주고… 기업이 좋아하는 도시 만든다
첨단기업 유치 등 조직개편… 전담팀 신설
과밀억제권역·개발제한구역 등 규제완화
용현산단 높이 제한 완화로 신산업 가능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 잇단 투자협약
차의과대·미국 미네르바대 등 산학협력
경기도 경제자유구역 최종 후보지 선정

지방교부세 삭감으로 세수가 줄어든 전국의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들이 현재 재정 압박에 신음하고 있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더욱 난감할 수밖에 없다. 그간 벌여 놓은 사업을 수습하려면 자체 세수를 늘려야 하는데 세금을 거둬들일 만한 세원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의정부시는 이런 재정위기를 겪으며 뼈저린 교훈을 얻은 뒤 체질 개선에 나서 올해 들어 차츰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재정위기가 오히려 허약한 체질을 바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된 셈이다. 재정난을 극복할 해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안정적인 세원이 되는 기업을 유치하는 길이다.
사실 기업유치는 재정난을 겪는 지자체라면 한 번쯤 떠올려봤을 단순한 해결방안이지만, 여러 지역 여건을 고려해야 하고 그 과정에 난관이 많아 실행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의정부시는 수도권 중첩규제에 더해 ‘베드타운’, ‘군사도시’ 등의 부정적 이미지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등 악조건을 안고 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최근 의정부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 ‘자족도시’라는 희망의 불씨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 ‘안 된다’는 고정관념 버리고 조직부터 바꿔

시는 민선 8기가 들어선 직후인 2022년 9월 조직개편을 단행해 지역경제과를 기업경제과로 이름을 바꾸고 기업유치팀을 신설, 기업유치 업무를 전담토록 하는 등 기업에 방점을 둔 경제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이듬해 2023년에는 기업유치 전략수립 용역을 발주해 규제 개선, 유망산업군 설정, 입지 전략 등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기업유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24년 7월엔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유치 업무를 담당할 미래산업팀을 조직했다.
이들 전담 조직은 규제개선 과제, 가용부지, 투자유치 타깃군 등을 정비하고 민간 전문가, 교수, 유관기관과 협업을 통해 실행력을 꾸준히 키워갔다.
■ 규제 허물고 기업유치 길 터
그동안 의정부의 기업유치를 가로막았던 건 과밀억제권역, 개발제한구역, 문화재보호구역 등 겹겹이 쌓인 규제 벽 등이다. 시는 어렵지만 이런 규제를 하나하나 허물어갔다.
정부에 끈질긴 건의 끝에 ‘개발제한구역 조정지침’이 마침내 개정돼 주한미군 반환공여지와 그 주변지역에 한해 20만㎡ 미만 부지도 해제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묶여 있던 캠프 잭슨 개발에 길이 트이게 됐다.
또 ‘경기도문화재보호조례’ 개정을 이끌어 내 전체 면적의 84%가 문화재보호구역에 묶여 건축물 높이 제한이 따랐던 용현산업단지의 높이 제한을 기존 32m에서 58.47m로 높이는데 성공했다.
기업경제과 관계자는 “용현산단의 건축물 높이 상향 조정으로 데이터센터 등 신산업 유치시설의 건축여건이 크게 개선됐고, 고도제한이 없는 산단 면적도 대폭 확대돼 기업들의 개발 가능성과 입지 매력도 한결 나아졌다”고 말했다.
■ 기업 ‘떠나던’ 도시가 ‘찾는’ 도시로

김동근 시장은 지난해 11월 기업유치 설명회에서 “우리 공무원은 특혜라는 소리만 들어도 질색하지만 저는 과감하게 특혜를 드려야 기업유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투자기업에 대해 파격적인 혜택을 약속했다. 기업유치의 진심이 드러난 대목이다.
이처럼 필사적 기업유치에 나선 후 투자협약이 잇따르고 있다. 그간 (주)인마트자산운용(현 케이인더스트리 PFV)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의정부농협 복합시설 건립,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북부지역본부 사옥 이전, (주)바이오 간솔루션, (주)시지바이오 생산시설 투자협약이 이뤄졌다.
투자뿐 아니라 미래 산업을 위한 산학협력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차병원그룹 산하 차의과대학교와 바이오헬스 및 디지털 혁신을 위한 산학협약(MOU)에 이어 올해 4월엔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네르바대학교와도 국제교육·창업 협력협약(MOU)을 체결했다.
미네르바대와의 협력은 김 시장이 직접 대학을 방문해 이뤄졌다. 미래 도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김 시장은 “이번 협약은 미네르바대의 글로벌 거점과 국제포럼을 의정부시에 유치함으로써, 도시경쟁력을 높이고 청년 인재와 기업이 모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구체적인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 대학은 샌프란시스코가 직접 설립한 대학으로, 서울, 베를린, 런던, 하이데라바드, 부에노스아이레스, 타이베이 등 7개 글로벌 도시를 돌며 운영되는 ‘도시순환형 학습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협력 협약에는 미네르바대의 글로벌 혁신거점을 의정부시에 조성하고 세계청년혁신포럼을 의정부시에서 공동 개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도 경제자유구역 최종 후보지 선정

경제자유구역은 말 그대로 외국 자본이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특별한 구역이다. 시는 올해 4월 도내 최종 후보지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희망적인 호재인 건 분명하다.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산업기반이 취약했던 도시에서 첨단산업 중심의 자족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정책 성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제안된 지역은 반환 공여지인 캠프 레드클라우드(CRC)와 캠프 카일 두 곳으로, 미디어콘텐츠, 인공지능(AI), 바이오메디컬 등 국가전략산업 중심의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게 기본계획이다.
시는 경제자유구역을 통해 외국인투자기업 등 첨단기술분야 기업에 대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외국인기업·투자 유치를 적극 추진해 미래산업 기반의 도시성장동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만일 경제자유구역으로 최종 선정되면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권역으로 그간 제한받았던 공업 물량과 공장 총량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제조업 기반을 다질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실 의정부에는 지금까지 지역경제의 기반이 될 만한 산업단지가 용현산단밖에 없어 산업단지 확대나 신규 입지 확보가 정체돼 왔다.
김 시장은 “이런 변화는 단순한 제도개선이나 입지 확대를 넘어 ‘주거 중심의 베드타운’에서 ‘기업이 오고 머무는 자족형 산업도시’로 도시의 방향성과 위상을 바꾸는 구조적 전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주/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