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체제 이후 직선제 대통령 중 광역단체장 출신은 서울시장을 지낸 이명박 전 대통령뿐이다. 21대 대선에서 두 번째 광역단체장 출신 대통령이 선출된다. 경기도지사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35대), 국민의힘 김문수(32·33대) 후보 중에서 대통령 당선자가 나올 확률은 10중 9.9에 가깝다.
역대 민선 경기도지사들의 대권 도전기는 1995년 제1회 지방선거에서 경기도 토종 정치인 임사빈 전 의원(22대 관선 도지사)을 꺾고 당선된 이인제 도지사부터다. 1997년 보수정당 신한국당 15대 대선 경선에 출마해 이회창에 이어 2위를 했으나, 국민신당을 창당해 출마했다. 김대중 정권 창출의 밀알이 됐고, 당적을 옮겨 등판한 16대 대선 민주당 경선에선 ‘노무현 기적’의 구름판이 됐다.
이 전 지사의 대권 도전 이후 민선 경기도지사는 대권 잠룡으로 격상됐지만, 경기도 표심의 원심력도 세졌다. 이 전 지사에 의해 이한동 전 국무총리의 중부권 대망론이 소멸하면서, 타향받이 정치인들의 신천지가 된 경기도 표심은 보수·진보 정당의 영·호남 주류를 추종했다. 기자들이 뽑은 대통령감 1위 손학규 전 지사는 번번이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고, 개혁보수 남경필 전 지사도 그랬다. 군포 3선 김부겸은 고향 대구에서 금의환향했지만, 경기도 토박이 손·남 전 지사는 비주류인 탓에 고향 표심도 다 갖지 못했다.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으로 19대 대선 당내 경선에서 실패한 뒤 경기도지사로 우뚝 서, 20대 대선 본선에서 아깝게 낙선했다. 김 후보는 윤석열 탄핵으로 열린 좁은 문을 통과했다. 이 후보의 집념과 김 후보의 행운이 겹친 결과로 경기도지사 출신 대통령의 정권 개봉이 임박했다. 둘 다 탯줄은 TK에 묻었지만, 정치 인생은 경기도와 도민에게 받았다.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다. 예정된 첫 경기도 대통령은 도민의 자부심으로 부족함이 없다. 한국 정치에도 의미심장하다. 대한민국 축소판 경기도는 지역이기 행정이 불가능한 중도·실용·통합의 땅이다. 40년 가까운 영·호남 패권정치로 영·호남 대의(代議)는 과장됐고, 영·호남의 국정 편식이 심각했다. 경기도지사 출신 대통령. 이재명과 김문수 중 누가 되든 경기도지사 경험은 중도실용 정치의 시발점이자 분식 없는 국정의 주춧돌로 손색이 없다. 두 사람을 키워봐서 잘 아는 경기도 유권자의 선택이 중요해졌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