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민주·반공화정 대립 판친 6개월

최소한의 상식·지성 실종된 시간

극우 난동, 폭력사태 치닫기 직전

계엄 옹호한 세력, 여전히 힘 발휘

이번 대선은 혼란 극복할 전환점

신승환 가톨릭대 명예교수
신승환 가톨릭대 명예교수

매번의 대통령 선거는 그때마다 요구되는 특정한 쟁점이 있다. 그 쟁점은 새로운 정부가 짊어져야 할 시대적 요구에 따른 과제이다. 한 정부의 성패는 이 과제를 얼마나 진지하게 수용하고 해결하느냐에 달려있다. 유권자의 선택이 이 시대적 과제에 얼마나 부응하는지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 이번 대선은 무엇보다도 지난 6개월 동안 벌어진 정치적 혼란을 극복하고 이 나라가 어디로 가야할지가 결정되는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지난 6개월은 반민주와 반공화정의 혼란과 대립이 판치던 시간이었다. 최소한의 상식과 지성이 실종되었으며, 극우의 난동이 심각한 폭력 사태로 치닫기 직전이었다. 자신이 지닌 기존의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맹목적으로 날뛰던 퇴행의 시간, 민주화 이전의 독재와 야만으로 되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끝없이 불안에 떨었던 시간이었다. 이제 그때의 혼란과 맹목이 반복되는 시간으로 되돌아갈지, 아니면 민주공화정을 향해 새롭게 나아갈 순간이 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이 순간의 선택이 공동체의 도약과 나락을 결정한다. 자신의 작은 기득권과 기존의 관행에 매몰된 선택이 이 미래를 파괴할 수도 있다. 공동의 집이 유지되어야 내 삶의 권리와 생존의 터전도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지닌 사회적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심정적으로 계엄을 옹호하면서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 세력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민주 공화정 체제 안에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되려면 이들 세력을 단호히 끊어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6개월 전 그 밤을 떠올리면서, 그들이 선포한 계엄포고문을 다시 읽어보았다. 간략히 정리해도 이렇다. ‘모든 정치활동 금지, 언론과 출판의 통제, 파업과 집회 등의 권리 금지, 전공의 복귀 강요와 처단 가능성,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한 시민에 대한 영장 없는 체포, 구금 및 처벌’. 그 뿐이 아니다. 그 이후 노상원 수첩에 쓰인 내용이나 2차 계엄 가능성은 또 어떠한가. 나아가 탄핵에 이르기까지 헌법재판소에서 벌어졌던 거짓과 파렴치함, 그 강압적 태도를 떠올려 보라. 도저히 2025년의 민주공화국에서는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야만과 폭력이 너무도 당연한 현실이 될 수도 있었다.

이미 그 시간은 지나갔으니 이제 그 이전 내가 누렸던 그 삶이 회복될 것이라 생각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이 돌아오면 그 시간이 다시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들은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 그 대신 태연한 거짓말과 선동으로 우리를 현혹하려 한다. 계엄을 거부하고 민주공화정을 이룩하려는 정치를 혐오하고, 막연한 불안을 부추기면서 그들이 지녔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온갖 몸부림을 다하고 있다. 왜곡된 사회, 정치구조에 힘입어 탈법적으로 누려오던 권력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교묘한 선동을 끊임없이 되풀이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계엄에 관련된 세력을 정치적으로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이재명이든, 반이재명이든’, 또는 그 어떤 정책적 의제도 논의할 가치가 있게 된다.

2025년의 세계와 우리가 사는 이 공동체의 현실을 돌아보면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더미 같다. 지금 전 지구적으로 인류가 직면하는 위기는 공동체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극복 불가능한 과제들이다. 기후위기는 말할 것도 없지만,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전쟁 가능성은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내부적으로도 지난 2~3년 내지 불과 몇 달 사이에 우리가 겪는 경제 침제는 당면한 현실이다. 각종 차별과 배제, 불평등이 당연시되는 체제와 구조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 그 뒤에는 왜곡된 법 구조, 기득권을 누려왔던 주류 언론의 파행적 행태는 물론, 경제 구조와 사회적 퇴행이 쌓여 있다.

지금이야 말로 당면하는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사람다운 삶이 가능한 나라,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새롭게 도약해야 할 시간이다. 작은 파당적 이해관계 때문에 그 시간으로 퇴행할 수는 없지 않은가. 기존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반민주 공화정 세력을 배제하지 않으면 미래는 불가능하다. 지금은 과거를 청산하고 공동의 미래를 위해 결단해야할 시간이다.

/신승환 가톨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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