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본인이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했던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다시 꺼내들며 경기 북부 민심에 호소했다.
지난 20일 이재명 후보는 고양시 일산문화광장에서 유세를 벌여 “경기도지사 시절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하다가 그만뒀는데, 원상복구 됐다. 하다 못한 것을 신속하게 하겠다. 이제 (제가) 대통령 돼서 하면 누가 말리겠나”라며 추진 의지를 강력하게 표출했다.
이 후보는 “다리가 수십개가 있는데 거기만 돈을 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공동체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래는 경기도, 김포, 파주, 고양까지 (합의를) 끝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 바로 복구시켰다”고 비판하며 “정상적인 가격을 주고 사서 국가·경기도·시군이 부담하면 시군 부담도 줄어들거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천700억원이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에서 경기도가 패소하며 무산된 상태라, 대통령 권한으로 현실적으로 재추진이 가능할지 여부부터 손실분담금 문제 해결까지 다시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다.

■ 대법원 패소됐는데도, 추진 가능?
지난해 10월 경기도는 ㈜일산대교가 경기도를 상대로 낸 ‘사업시행자 지정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0월 27일부터 경기도가 일산대교의 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하는 공익처분을 내리고 통행료를 무료화한 것에서 시작한다. 경기도는 ‘민간투자법’ 제47조에 따라 ‘공익처분’은 지자체의 권한이기 때문에 도의 ㈜일산대교에 대한 사업시행자 지정취소 처분 역시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원은 끝내 경기도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실제 현실을 보면 2017년에서 2020년 당기 순이익이 발생해 일산대교가 자체 사업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경기도는 소송과 함께, 일산대교의 실소유주인 국민연금공단과의 협상을 투트랙으로 진행했다. 국민연금공단 측에 ‘민간투자법’ 등 관계 법령에 따른 정당한 보상금을 지급하고 일산대교의 관리운영권을 넘겨받은 후 전면 무료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현재 경기도는 국민연금공단과의 협상을 놓지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협상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당한 보상금’에 대한 입장차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국민연금 고갈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가 또 다른 국민연금 손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나온다.
경기도 관계자는 “국민연금공단과의 소통은 계속하고 있고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보상금 추산금액은 공개할 수 없다. 국민연금공단은 경기도에서 매입이나 무료화 절차를 밟으면 의견을 내겠다는 정도의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연금공단 입장에선 투자금액은 물론이고, 향후 발생할 수익금까지 보상금에 담겨야 협상을 진행할 명분이 생긴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일산대교 건으로 인해) 국민들의 노후자금에 손해되지 않아야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 또는 경기도와 국민연금공단이 보상금에서 합의를 이루더라도, 다음 관문은 보상금 분담비율로 이어진다.
지난 2022년 당시, 경기도와 고양·김포·파주는 경기도비 50%·시군비 50%(통행량에 따라 배분)로 잠정합의를 봤다고 한다. 그렇지만 현재 기준의 통행량이 달라졌을뿐더러, 지자체별 입장도 달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파주시 관계자는 “파주시의 경우, (다른 시군들과 달리) 도로관리청에 포함되지 않아 지원 근거가 없다. 파주시민이 일산대교를 상대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것도 아니다. 단순 통행량이 아니라 정확한 근거나 수치로 분담비율을 책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일산대교만 무료?…지역 간 형평성은
일산대교는 28개 한강 다리 중 유일하게 유료로 운영되고 있다. 고양시 법곳동과 김포시 걸포동을 잇는 1.84㎞의 왕복 6차로 민자도로로, 고양·김포·파주시민들의 출퇴근길에 주로 활용된다. 1종 소형차 기준 통행료가 1천200원으로 왕복하면 하루 2천400원의 통행료를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그렇다보니 일산대료 통행료 무료화에 대해 인근 주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무료화가 실현될 수 있을 지 의심하면서도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는 “일산대교 무료화는 김포·파주·고양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정책이다. (3개 시군) 인구를 모두 더하면 200만명인데, 이 동네에 한강 다리라고는 꼴랑 하나 있는게 그것조차 유료도로라니 (말이 안된다). 정부가 여태 책임을 방기해 온 것”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한강 다리 중 유일한 유료 다리라는 것, 인근 주민의 편익 증진 만으로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의 명분을 대긴 어렵다. 일산대교를 제외하고도 각 지자체가 관리하는 유료 민자도로는 33개 구간(2022년 기준)인데, 해당 민자도로를 모두 무료화해 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겨냥해 국민의힘은 “공짜 포퓰리즘”이라고 저격하고 나섰다. 박성훈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식 포퓰리즘은 공짜를 가장해 세금을 퍼붓고 그 부담을 미래세대에 떠넘긴다”며 “문제는 무료화가 아니다. 민자를 유치해 만든 다리의 운영권을 공익이란 이름으로 뺏으려 했다는 점”이라고 비판을 가했다.
이와 관련 박경철 경기연구원 모빌리티 연구실장은 “행정법상 도로는 공공용물이기 때문에 무료 사용이 원칙이다. 유료도로법상 편익과 대체도로 유무로 유료화가 결정되는데, 그 기준이 명확치 않다. 결국 유료도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수립돼야 한다. 일산대교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일산대교의 경우, 대체도로라고 할 수 있는 것이 7㎞ 정도 먼 거리에 떨어져 있기 때문에 무료화할 근거가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