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 토요일이 단오(端午)다. 음력 5월 5일 단오는 설, 추석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명절 중 하나로 꼽힌다. 요새는 단오를 명절로 쇠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그 명맥이 완전히 끊기지는 않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단옷날을 맞아 대규모 축제를 펼치기도 한다. 2005년 유네스코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세계무형유산)으로 선정된 강릉단오제가 가장 유명하다. 올해 강릉단오제는 그 20주년 기념으로 27일부터 6월 3일까지 더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한다.
경기도 안양 등지에서도 매년 단오제 행사를 갖고는 있는데 경기·인천 지역에서는 그다지 풍성하게 단오를 대하고 있지 않다. 불과 30~40년 전만 하더라도 단오는 어느 특정 지역의 행사가 아니라 전국민이 즐기는 명절이었다. 단오에는 떡이나 과자를 따로 만들어 먹는 오랜 풍습도 있었다. 이를 단오떡, 단오병이라 했다. 액을 물리치기 위해 단옷날에 특별히 마련하던 부적도 있었다. 단오부적이다. 한여름을 앞두고 임금이 신하에게 내리는 부채를 단오부채, 단오에 여성들이 하던 치장을 단오장이라고 했다.
어느 동네를 막론하고 단오를 대표하는 놀이는 씨름과 그네뛰기였다. 아이들은 창포 삶은 물에 얼굴을 씻고 머리를 감았으며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름하여 단오빔이다. 단오에 빠지지 않는 게 또 있는데, 쑥을 뜯고 쑥떡을 해 먹는 거였다. 단오 때의 쑥이 약기운이 제일 좋다고 여겼다. 단오를 다른 말로 수릿날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단오 때 만들어 먹는 쑥떡의 모양을 수레바퀴처럼 했기 때문이란다. 쑥은 단오 명절의 대표 먹거리였다.
우리나라 쑥의 대표 산지는 인천 강화군이다. 사자발약쑥은 16세기 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강화의 특산품 중 하나로 소개돼 있다. 강화와 쑥과의 인연은 그보다 훨씬 더 멀리 간다. 고려시기 강화에 도읍을 옮겼을 때의 저작물로 평가받는 ‘향약구급방’에도 쑥 얘기는 여러 곳에 등장한다. 게다가 강화는 단군이 제사 지냈다는 참성단과 그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성의 고장이다. 단군이 누구인가. 그 어머니 웅녀가 바로 쑥을 먹고 인간이 되었다는 신화 속 주인공 아닌가. 쑥을 매개로 한 단오 축제를 민족의 성지 강화에서 마련해 보면 어떨까. 동쪽의 강릉과 서쪽의 강화를 단오축제로 잇는 것도 의미가 크겠다.
/정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