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반성 않는 세력 정권 잡으려해

200년 전 부패 극심 조선시대와 유사

다산 개혁사상 경세유표·신아구방

유배중 나라 살리는 내용 압축 저술

국정 위기 상황 어느 때보다도 절실

박석무 다산연구소 명예이사장·우석대 석좌교수
박석무 다산연구소 명예이사장·우석대 석좌교수

대한민국, 나라가 참으로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헌법 위반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사람이 사과와 반성은 한마디도 없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도 온갖 잔꾀를 부리며 계속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다. 1호 당원이었던 사람이 위헌행위로 파면되었는데도, 그가 소속했던 정당은 무슨 잘못이냐며 두둔하면서 다시 집권하겠다고 한다. 철면피의 인간이나 할 일을 버젓이 감행하고 있으니, 기가 차고 가슴이 막히는 지경이다.

200년 전 다산 정약용 선생의 지혜를 빌리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억울하게 긴 유배 생활을 하던 다산은 나라를 원망하거나 남을 탓하지 않고 썩어 문드러져 망하기 직전의 나라 참상에 눈을 감지 못하고 나라 살리는 저술에 생을 걸고 불철주야 온 힘을 쏟았다. 500권이 넘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는데 그중 나라 살리는 내용만 압축해 저술한 책이 바로 ‘경세유표’ 48권이다. 당시 세상을 털끝 하나 부패하지 않은 분야가 없다고 진단하고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망하고 말 것이라는 비통한 마음에서 저술한 책이었다. 다산은 경세유표의 저작 목적이 ‘신아구방’(新我舊邦)이라고 명백하게 밝혔다. 오래된 조선이라는 나라를 새롭게 고쳐보기 위해서 저술한 책이라고 했다.

먼 훗날 다산에 대한 학문이 가장 깊었던 위당 정인보는 말했다. “선생 저술의 종지(宗旨)는 ‘신아구방’ 네 글자”라고 못 박았다. 나라를 통째로 개혁하고 변화시키는 것만이 나라를 살릴 수 있다고 믿었다는 표현이었다. 그렇다, 진실한 애국자였다. 나라로부터 내침을 당해 강진이라는 먼먼 바닷가에서 귀양을 살면서도 나라 살릴 일에만 골몰했다. 그 결과물의 하나가 바로 국가개혁의 마스터플랜인 경세유표였다. 그런 귀중한 저술을 당시의 집권 세력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다산 사후 60년 뒤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은 경세유표의 지혜를 빌렸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동학농민혁명은 끝내 성공하지 못한 역사의 비운이 되고 말았다.

오늘에 다시 200년 전의 경세유표를 원형대로 복원할 수는 없지만, 개혁 정신과 변화를 추구한 깊은 뜻을 받아들여야만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일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동안에도 개혁은 절대로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최근 3년간 수준 이하의 국정 운영은 나라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반드시 잘못을 응징해 다시는 그런 세력이 절대로 집권하지 못하도록 온 국민이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국정난맥과 헌법위반의 뿌리까지 캐내어 발본색원할 때에만 국가개혁의 첫 단추가 끼워질 수 있다.

그동안 윤석열 정권은 얼마나 나라를 망가뜨렸는가. 첫째, 경제에 무능하여 민생이 더욱 어려워졌다. 둘째, ‘검찰공화국의 검찰독재’라 불리면서 누구에겐 검찰권을 과잉 사용하여 괴롭히고 누구에겐 회피하여 비호함으로써 법질서를 훼손했다. 셋째,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프로세스를 통째로 중단하면서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고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넷째, 공정은 불공정으로 상식은 몰상식으로 둔갑하여 정상적인 사회라고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섯째, 언론에 대한 압박과 통제로 언론 자유가 크게 후퇴하고 민심이 왜곡되었다. 여섯째, 뉴라이트의 발호와 대일 저자세 외교로 친일 매국정권이라는 비난을 벗어나지 못했다.

위와 같은 악행들을 바로잡아 공정하고 청렴한 나라, 국격이 높아지는 나라로 새롭게 개혁해야 한다. 나라다운 나라, 새롭게 개혁하는 나라의 시작은 이번 대선을 통해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투표에서 시작된다. 투표를 통해서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킬 때만 진정한 K-민주주의는 완성의 길을 열게 된다.

현직 대통령을 파면시켜 헌정질서 위반행위를 중지시킨 위대한 국민들, 이번 선거야말로 그 의지를 확정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온 세계에 K-민주주의를 자랑할 절호의 기회이다. 탄핵에 반대하고 과거 잘못에 동조하며 극우 세력과 손잡은 후보가 만에 하나 대통령이 된다면, 그때는 도리어 야만의 국가, 미개한 국가로 세계의 비웃음을 받을 것이다. 200년 전 다산의 꿈과 희망을 실행하는 신아구방의 위대한 뜻을 기리고 이번 선거에서 실현하자.

/박석무 다산연구소 명예이사장·우석대 석좌교수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