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공항·이민사박물관·차이나타운

16만명 외국인 거주하는 ‘다문화 공동체’

이주자 다름 껴안고 차이를 창조성 전환

도시 브랜드로 세계적 영화제 키울 필요

김창수 인문도시연구소장·객원논설위원
김창수 인문도시연구소장·객원논설위원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 20일 오후 6시 폐막함으로써 5일간의 여정이 성황리에 종료됐다. 인천아트플랫폼, 애관극장, 인천미림극장 등지에서 펼쳐진 이번 영화제는 36개국에서 초청된 총 75편의 영화 상영과 더불어 포럼, 대담,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디아스포라(diaspora:주민의 이산과 이동)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시민과의 접점을 넓히는 성과를 거두었다.

관객 참여도 확대됐다. 대회조직위는 사전 예매율이 지난해보다 약 80% 늘었다고 설명했다. 개막작 ‘국도 7호선’ ‘노 어더 랜드’ ‘어느 파리 택배기사의 48시간’ ‘공원’ 등 상영작들이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재일동포 3세인 전진융 감독의 신작 ‘국도 7호선’은 남북 분단에 관한 영화이면서 그 사이에 있는 일본, 즉 재일 동포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디아스포라의 시선을 담은 영화로 이산의 아픔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임을 상기시켰다.

이 영화제는 이산을 주제로 한 ‘영화 상영 행사’를 넘어, 화합과 공존의 가치인 ‘다양성’과 그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차이(difference)’가 무엇인지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는 점이다. 문화적 다양성이란 단지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서로 다른 삶의 방식과 신념 체계가 그 자체로 존중받으며, 동시에 새로운 관계성과 공존의 문법을 창조하는 역동적 과정이다.

다양성의 조건은 ‘차이’이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는 차이는 비교의 결과인 ‘다름’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적인 것이며 새로운 것을 생성할 수 있는 창조적 힘이라고 주장했다. 왜 차이가 생성의 원천인가? 차이는 ‘이미 있는 것의 변형’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것의 생성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화가가 같은 주제의 그림을 그리더라도 두 작품이 완전히 같을 수 없듯이, 차이를 통해 세상이 반복되지 않고 매번 새롭게 펼쳐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디아스포라영화제가 다루는 ‘이산(離散)’은 단순한 주민 이동의 이야기가 아니라 경계 너머의 타자를 이해하고 동시에 우리 자신의 다층적 정체성을 살펴볼 기회가 된다. 이질적인 서사들이 만나고 충돌하고 스며들면서, 기존의 정체성이나 공동체의 의미를 되묻고 재구성하게 만드는 철학적 질문이다. 그렇다면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차이를 보여주는 축제’를 넘어 ‘차이를 사유하고 창조하는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 다양성 역시 ‘다름의 나열’을 넘어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새로운 공존의 영토를 확장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디아스포라영화제는 그동안 내용과 규모 면에서 꾸준히 성장해왔다. 13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영화제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영화인들과 전문가들도 디아스포라영화제는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인천의 도시브랜드로 삼아 세계적 영화제로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인천이 디아스포라의 역사로 이뤄진 도시이다. 백제의 건국신화에 의하면 인천은 비류와 온조라는 고구려의 망명 집단이 개척한 고대국가였다. 제물포 개항 이후 조계지는 중국과 일본 서양 열강의 여러 민족이 이주해 공존하던 개항도시였으며 동시에 하와이 이민선이 처음 출발한 도시이기도 하다. 지금의 인천은 재외동포청 사무소가 위치한 도시로 외국자본유치를 위한 경제특구를 설치 운영하고 있는 세계도시이며, 16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거주하는 다문화 공동체이기도 하다.

인천의 도시 인프라와 공간들도 디아스포라의 현장이다. 인천항, 인천공항이 그렇고 이민사박물관, 화교들이 사는 차이나타운과 러시아인과 고려인이 사는 연수구 함박마을, 베트남인들이 사는 가좌동을 디아스포라 영화제의 공간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영화제가 디아스포라의 공간을 이야기로 연결하고 인천은 세계도시답게 이주자들의 ‘다름’을 껴안고, 그 차이를 창조성으로 전환시키는 역동적 도시로 발전해나가야 한다.

/김창수 인문도시연구소장·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