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 인근 무단 농사 기승

재물손괴죄 우려, 철거 어려워

LH 소유땐 행정처분 권한 복잡

15일 오전 9시 화성 동탄신도시의 한 행복주택 인근 무단경작지. 경작지 앞에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자진철거를 요청하는 푯말에 꽂혀 있다. 2025.5.15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
15일 오전 9시 화성 동탄신도시의 한 행복주택 인근 무단경작지. 경작지 앞에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자진철거를 요청하는 푯말에 꽂혀 있다. 2025.5.15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

국가 소유 토지인 공공임대주택 인근을 중심으로 ‘무단경작’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제도적 사각지대에 제재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오전 9시에 찾은 화성 동탄신도시의 한 행복주택. 아파트단지 주차장 뒤편 울타리 넘어 100m가량 이어진 경작지에 ‘농작물 경작 금지’ 안내라는 푯말이 꽂혀 있다.

이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유 토지에 허가 없이 농작물을 심은 무단경작지다. 농작물의 수분 유지, 잡초 방제 등을 위해 설치한 멀칭 비닐이 땅을 덮고 있어 언뜻 보면 마치 일반 영농지 또는 텃밭처럼 보이기도 했다.

반면 푯말에는 “토지에 무단으로 경작한 농작물을 즉시 철거해달라”며 지난달 4일을 철거 기한으로 밝히고 있었다. 철거기한을 한 달여 넘은 이날까지도 철거는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경작지 내부에 각종 비료 포대와 양동이, 모종, 파이프 등 각종 도구들이 즐비했다.

화성 동탄뿐 아니라 하남 감일, 수원 호매실 등 도내 공공택지 인근에 무단경작 관련 민원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거지와 인접해 비료로 인한 각종 악취와 쓰레기 무단투기, 조망권 침해 등 각종 피해도 함께 늘고 있다.

그러나 국가 땅에서 벌어진 무단경작 신고가 접수돼도 현행법상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미수확 상태의 농작물은 토지에 부착된 물건으로 간주해 강제 철거 등이 진행될 시 ‘재물손괴죄’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

경작지가 LH 토지의 경우 제재의 권한과 책임에 대해서도 혼선이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는 LH가 주체가 돼 제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LH는 법적 행정처분 권한이 없어 계도 이상의 조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지자체 소유의 공공용지나 지방 관리 농지에서 진행된 무단경작지가 적발될 시 지자체는 원상회복을 명령하고, 응하지 않을 시 이행강제금 부과와 형사 고발 등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반면 공기업이지만 별도의 법인인 LH의 토지는 LH의 사유재산에 해당해 지자체는 LH의 위임 없이 해당 토지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릴 권한이 없다.

피해 사례가 지속해서 늘고 있는 만큼, 재물손괴에 대한 예외 적용과 경작지 제재 권한 일원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LH 관계자는 “임대주택이 밀집된 지역에서 발생한 무단경작 적발 및 피해 민원은 실제로 늘고 있는 상태”라며 “지자체와 달리 벌금 등의 행정처분 권한이 없다. 철거를 안해 법적 제재를 가하면 결국 경작자와 마찰이 발생하기 때문에 자진 철거를 최대한 유도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