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쪽 이상 서류 접수에도 등한시

신고 전화도 현장 종결 ‘소극 조치’

피해자 보호 미흡 인정, 고개 숙여

강은미 화성동탄경찰서장을 비롯한 경찰 관계자들이 28일 오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지난 5월 12일 발생한 ‘동탄 납치살해’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피해자 및 유가족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5.5.2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강은미 화성동탄경찰서장을 비롯한 경찰 관계자들이 28일 오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지난 5월 12일 발생한 ‘동탄 납치살해’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피해자 및 유가족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5.5.2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화성 동탄에서 과거 교제하던 여성을 상습 폭행해 분리조치된 남성이 다시 여성을 찾아 납치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수사와 피해자 보호에 미흡했던 점을 인정하고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경인일보는 앞서 이 사건 피해자가 살해당하기 한 달여 전 녹취 등 자신의 추가 피해 사실을 엮어 600쪽이 넘는 서류로 가해자에 대한 구속수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에 나서지 않은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보도 직후 참극을 막지 못한 경찰 대응에 대한 파장이 일었고, 경기남부경찰청은 수사 전반에 대한 감찰을 진행 중이다.

강은미 화성동탄경찰서장은 28일 경기남부청에서 ‘동탄 납치살인’ 사건 브리핑을 통해 “이 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며 “또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도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강 서장은 상급기관의 감찰과 별개로 관내 사건 총 책임자로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 자리에 섰다.

그는 사건 피해자가 지난 4월 초 가해자 구속 수사를 요청하며 경찰에 추가로 낸 고소장, 고소이유보충서 등이 절차대로 처리되지 않은 점을 깊이 사과했다. 당시 가해자는 피해자를 상습 폭행해 접근금지 등 긴급임시조치로 분리된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도 피해자는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며 법률대리인을 통해 그간 녹취한 피해 사실과 600쪽 분량의 관련 서류를 모아 경찰에 제출했다.

강 서장은 “(600쪽에 달하는) 고소장과 관련 서류를 접수하고도 신속히 수사하지 않았고 관리자 보고도 수차례 누락됐다”며 “구속영장 신청까지 이어지지 않았는데, 이 부분이 가장 참담하고 안타깝다”고 고개를 숙였다.

화성동탄서 자체 조사 결과, 이에 앞선 피해자의 세 차례 112신고에서도 사건을 단순 현장 종결하는 등 가해자의 재범 위험성을 간과한 채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피해자가 당시 긴 동거 관계였으나 두 차례 신고에서 가정폭력이 아닌 교제폭력 사건으로 판단해 소극 조치한 점도 드러났다.

강 서장은 “경찰서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전수 점검하고, 피해자 보호조치에 대해서도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동탄서는 경기남부청의 감찰조사 결과에서 경찰관의 부실대응과 수사상 문제가 드러날 경우 이에 합당한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조수현·고건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