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자녀 둔 부모 사전투표 고충
보안업체·병원 등 근무환경 달라
‘정책 바꾸고 일상 더 낫길’ 바람

“당일엔 근무라서요….”, “오늘이 아니면 투표를 못 해요.”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경기도 내 곳곳의 사전투표소에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발달장애 자녀를 돌봐야 하는 부모, 교대근무를 하는 직장인 등 6월3일 선거 당일에는 시간을 내기 어려운 이들에게 사전투표는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오전 10시께 수원시청 별관 1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한모(46)씨와 이모(42)씨는 각각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다. 두 사람은 “선거 당일엔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아 집을 비울 수 없다”며 “오늘밖에 시간이 안 된다”고 말했다. 공휴일이 오히려 더 힘든 날이 되는 이들에겐 사전투표일이 잠깐의 틈이었다.
한씨는 “아침에 아이가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다. 등교일이 아니면 집을 나설 수가 없다”며 “장애 자녀 가정을 위한 공공 서비스가 점점 줄고 있다. 다음 정부는 이런 부분을 신경써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발달장애 가정은 일상을 꾸리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이런 어려움에 공감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교대근무 등으로 선거일에 근무를 해야 하는 시민들도 이날 투표소를 찾았다. 연인 사이인 임모(36)씨와 이모(34)씨는 각각 보안업체와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임씨는 “근무일이 겹치면 투표를 못 하는 경우도 있다. 사전투표 덕분에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주거 문제다. 다음 정부가 실질적인 대책을 내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용인시 풍덕천2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도 비슷한 사연이 이어졌다. 간호사인 박모(25)씨는 쉬는 날을 맞아 동료들과 함께 투표소에 나왔다. 그는 “선거 날 근무가 잡히면 투표를 못 하게 된다. 오늘이 쉬는 날이라 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이들이 바쁜 생활 속에서 시간을 내 투표를 하는 공통된 이유는 누군가는 정책을 바꾸고 일상을 더 낫게 만들어주길 바라는 기대였다.
손모(43)씨는 “국민들이 바쁜 시간을 내서 한표를 행사하는 만큼, 일하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한다”며 “정쟁에서 벗어난 실용적인 정책을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유혜연·마주영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