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3일)은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한풀 꺾이면서 아침 저녁으로 제법 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온다는 '처서(處暑)'다.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을 느끼게 됐지만 그래도 아직 길거리에는 반팔차림의 사람들로 넘쳐나고 한낮에는 뜨거운 태양이 비치는 여름이다.

그동안 전국의 유명관광지에는 여름피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지만 지금은 그 수 많았던 사람들이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여유로운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지금 산들은 지나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며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드는 가을을 맞이하기 위해 서서히 준비중이다.

이럴때 여름의 끝자락에 선 국내 최고의 명산 지리산으로 산행을 떠나보자.
전남 구례군, 전북 남원시, 경남 산청군, 하동군, 함양군 등 3개도 5개 시·군에 넓게 자리할 정도로 장대한 지리산(주봉 천왕봉 1천915m).

지리산은 함양의 백무동 계곡, 남원의 뱀사골 계곡, 산청의 대원사 계곡, 진주의 중산리 계곡, 노고단(1천507m), 반야봉(1천732m) 등 수많은 계곡과 봉우리들을 끼고 있다.

고지대 평원인 노고단 초지에는 지금 야생화가 풀속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노루오줌과 개별꽃, 민들레, 노랑의 원추리 등 뒤늦은 꽃축제를 널리 알리고 있다. 이질풀과 곰취, 동자꽃, 잔대, 모싯대, 물매화, 송이풀, 송장풀, 구릿대, 산오이풀 등이 한창이며 9월에는 꽃향유, 산구절초, 용담 등이 그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 산행객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한다.

노고단 야생화는 운무와 함께 해야 제맛이 난다. 연중 쾌청한 날씨가 70여일에 불과한 노고단의 날씨 탓도 있지만 고지대의 운무가 야생화의 질감과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운무를 배경으로 한 야생화의 신비로움도 일품이지만 바람이 불면 간간이 드러나는 섬진강 줄기와 아랫산들의 풍경은 말 그대로 한폭의 수채화다.

또 운해를 뚫고 솟아 이어져 있는 반야봉 등 봉우리들의 기상도 빼놓을 수 없는 장관이다.

특히 남원 바래봉(1천165m)은 해마다 5월이 되면 철쭉산행으로 유명하다. 운봉읍 용산리에서 산행을 하다보면 길 양쪽에 펼쳐져 있는 붉은 꽃밭이 '봄의 절정과 여름의 시작'을 알리기도 한다.

또 전통예술의 고장, 춘향이와 이도령이 처음 만난 광한루가 있는 남원의 구룡계곡은 남원제일의 비경(秘境)을 자랑한다.

구룡계곡은 지리산의 서북쪽 자락인 전북 남원시 주천면 호경리에 위치한 계곡. 계곡 초입에는 옛날 시인묵객들이 찾아와 풍류를 즐기던 육모정이 세워져 있어 '육모정계곡'으로도 불린다.

이 계곡은 육모정에서 구룡폭포까지 약 4㎞에 이르는데 곳곳마다 서암 유선대 지주대 비폭동 석문추 교룡담 송력동 옥룡추 학서암 등 '용호구곡'의 절경이 산재해 있다. 특히 계곡의 맨 위쪽에 자리잡은 구룡폭포는 경치도 빼어나게 아름답거니와 인적마저 드물어서 남원 제일의 비경으로 손꼽힌다.

또 지리산 자락을 타고 내려온 물길은 군데군데 수많은 소(沼)와 폭포를 이루어 놓았고 맑은 계류와 울창한 원시림의 절묘한 조화는 눈길 닿는 곳마다 절경을 이룬다. 숲그늘 짙은 물가에는 넓고 깨끗한 너럭바위들이 펼쳐져 있어 물놀이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구룡폭포 인근의 안터마을에서 잘 닦인 찻길을 20분 가량 달리면 해발 1천172m의 정령치 고갯마루에 올라선다. 여기에서는 지리산 제2봉인 반야봉과 100여리의 지리산 주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또 고개 정상 부근의 풀숲에는 갖가지 여름꽃이 피어있고 바람좋은 날에는 행글라이딩과 패러글라이딩 같은 항공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정령치에서 다시 구절양장(九折羊腸) 같은 찻길을 따라 얼마쯤 내려가면 달궁계곡에 이른다. 달궁은 삼한시대 마한의 별궁이 있었다는 곳으로 마을앞에는 뱀사골 못지 않게 풍광좋고 수량도 풍부한 달궁계곡이 굽이쳐 흐른다. 이 계곡 주변에는 넓은 주차장과 야영장이 잘 갖춰져 있다. 그리고 쟁기소 용소 등의 커다란 소(沼)가 이어지는 달궁계곡을 거슬러서 상류쪽으로 6㎞쯤 더 올가가면 '하늘 아래 첫 동네'라 일컬어지는 심원마을이 나타난다.

#여행정보

춘향골 남원은 맛의 고장으로도 이름높다. 추어숙회, 추어탕 등의 미꾸라지 요리는 남원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으로 손꼽힌다. 추어숙회는 미꾸라지를 돌솥에 담아서 통째로 익힌 음식으로 광한루 근처의 천거동에 있는 새집(063-625-2443) 등이 유명하다. 그리고 구룡계곡에는 송림산장 등 토종닭백숙의 맛이 일품인 향토음식점들이 즐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