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어느날 열일곱 효신이가 학교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무심히 내리쬐던 햇살은 진홍색 피에 놀란듯 일순 얼어붙는가싶더니 곧 효신이의 영혼을 보듬고 아이들은 외마디 비명을 내지른다. 아이들의 자지러짐에 산산조각난 햇살은 화살이 돼 학교 곳곳으로 날아가 박힌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24일 개봉)는 몸을 내던진 효신이에게 초점을 맞췄다. 부제도 「메멘토 모리」, 즉 죽음을 기억하라다. 죽음을 풀어가는 방식은 전편처럼 공포다. 효신이는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놓은 친구들과 학교에 분노의 화살을 날려보낸다. 그런데 효신이는 왜 죽음을 택했을까. 전편의 성적지상주의, 획일주의, 권위주의등 교육현장의 병폐는 여전하다.

두번째 이야기는 여기에다 한발 더 나아가 교육현장의 병폐가 효신이의 자유로운 사고와 행동을 비정상이라고 억압하며 결국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강변한다. 영화에서 효신이는 성적으로 대표되는 현실보다는 영혼 죽음등 철학적 코드에 더 관심을 갖는다. 사고나 행동면에서 여고의 담을 훌쩍 넘어선 효신이를 학교나 또래들은 이방인 취급한다. 왕따다.

효신이는 보이시한 동성에 대한 미묘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자신처럼 획일적인 학교에 회의를 품은 교사와 잠자리도 같이한다. 자꾸만 목을 조여오는 학교에 대한 이같은 일탈 행위로 더욱더 벼랑끝에 서게된 효신이의 선택이 결국은 죽음인 것이다. 동성애적 감정등 가능하고 실제 벌어지기도 하지만 쉬쉬해온 부분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두번째이야기는 전편보다 「악」소리 날만큼 훨씬 더 직설적이고 대담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밀도는 전편보다 떨어져 보인다. 자살한 효신이와 친구들을 따라가는 전반부는 들고 찍기 방식으로 여고생들의 의식과 학교 생활을 다큐멘터리식으로 파고들었다. 이어 효신이의 일기장을 매개로 자살의 이유가 드러나고 분노가 폭발하는 후반부의 공포는 「X파일」식이다. 학교 현실에 웃고 분노하던 관객들이 유리창들이 산산조각나는가 하면 효신이의 환상이 등장하는 후반부의 초자연적인 정서를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얘기다.

공포의 흐름은 학교현실처럼 혼란스러운 면이 적지 않다. 하지만 할만한 얘기를 과감히 했다는데서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는 특히 여고생들의 지지와 환호성을 이끌어낼 법하다. 박예진 이영진 김민선등 신예들이 주연을 맡았고 공동연출을 맡은 김태용 민규동도 이번 영화가 데뷔작이다.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