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앞바다 무인도 탐사시리즈)
상·하공경도(上·下公景島)-(2)
자그마한 섬들이 올망졸망하게 모여 있는 인천시 옹진군 자월면. 한가롭게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이 마치 그림 속 풍경처럼 평화로와 보인다. 그 중에서도 700여m 간격을 두고 사이좋은 형제처럼 마주 서 있는 무인도 두 개가 눈길을 끈다. 이름도 이색적인 상공경도(上公景島)와 하공경도(下公景島)다.
때마다 이웃 섬 승봉도 주민들이 이들 섬을 찾아 개인과 마을의 안녕을 비는 기도를 올린 곳이라 해서 처음엔 '공경한다'는 뜻의 공경도(恭敬島)로 불렸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세월이 흐르면서 公景島(지도상 표기)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들 두 섬은 면적에서부터 지질, 식생, 소유주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차이를 보인다. 특히 상공경도엔 일제시대와 70년대 초반 중석(단단한 광석에 든 금속원소)을 캐던 자리가 남아 있는 등 사람들의 발길이 닿았던 반면, 하공경도엔 인적을 찾을 수 없다.
상공경도엔 남서 쪽으로 순백의 백사장이 펼쳐져 있는가 하면, 남쪽 끝으로 해송이 2㏊ 가량 우거져 있다. 사람들이 드나들며 보아도 좋을 만큼 섬 전체 경관이 뛰어나다. 백사장 규모에선 인근 사승봉도보다 못하지만 모래의 질은 무척이나 곱다.
상공경도는 길이 1.5㎞, 폭 400m, 면적 0.206㎢로 작은 구릉 형태의 야산을 이루고 있다. 섬의 경사는 15도, 꼭대기까지 높이는 해발 69m. 모래사장은 섬 중간 쯤 있으며, 섬 남·북쪽 끝엔 암석이 둘러싸고 있다.
섬 끝을 제외한 구릉지역은 20여㏊에 달하는 자연초지여서 급수시설만 갖춰 놓으면 소 100여마리는 너끈히 키울 수 있다는 게 자월도 주민들의 얘기다. 섬 중간 중간에 샘터(3곳)가 있어 우물을 설치할 수 있을 만큼 식수 또한 충분하다.
그래선지 이 섬엔 일제시대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잦았다. 남서쪽 방향 중간엔 중석을 캐기 위해 설치한 자리와 광산에서 사용하던 기숙사 터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70년 초반까지만 해도 광구가 설정돼 채광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석의 양이 적어 소규모 개발에 그쳐 섬의 환경을 훼손하지 않은 것은 다행한 일. 하지만 배를 타고 지나다 보면 기숙사 자리 등이 흉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현재 이 섬은 서울에 사는 김모씨 소유로 되어 있으나 아직 이렇다 할 섬 개발 계획은 없는 상태다.
상공경도의 압권은 대청도 옥중동(섬 남서쪽 해안 주변) 사구와 같은 형태의 작은 모래언덕. 꼭대기까지 모래가 덮여 모래사막에서 사는 식물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사구는 해풍에 의해 모래가 운반돼 이뤄진 것으로, 일본의 경우 시네마현 해안가를 따라 이런 모래언덕이 많다고 한다. 섬 규모가 작은 상공경도내 사구의 길이(100m)는 옥죽동(3㎞)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지질 환경 이나 지형, 기후조사 등의 가치로서 매우 중요하다는 게 지질학자들의 얘기.
상공경도 산 기슭엔 20-30년생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서쪽엔 해당화가 산 중턱까지 만발해 있다. 또 한약재로 쓰이는 한울타레와 맥문동 등도 자생한다. 해변 뒷편엔 모래를 뚫고 자라난 갯완두가 자주색꽃과 완두콩같은 꼬투리를 매달고 자태를 뽐낸다. 이밖에 산 언덕엔 굴타리나무를 비롯 고사리, 돌꽃, 억새, 패랭이꽃, 모래지치 등 다양한 식물군이 형성되어 있다.
조류로는 사승봉도와 마찬가지로 남쪽에서 올라오는 남방계통의 까마귀와 귀제비(먹머구리), 냉새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남방계통의 '홍점알락나비' 와 풀무치 등 다양한 곤충이 서식하고 있다. 해안가엔 굴이 많으며 근해에선 장어, 우럭, 새우 등 각종 어류들이 잘 잡힌다.
하공경도는 상공경에 비해 훨씬 작다. 길이 600m, 폭 300m에 면적도 상공경의 4분의 1 정도인 0.052㎢에 불과하다. 승봉리 새마을회 소유인 이 섬(경사 5도)은 마치 작은 언덕처럼 보인다.
섬 전체가 자연초지로 형성되어 있으며, 식생하는 나무가 전혀 없는 것이 특징. 상공경과는 달리 섬 어디에서도 백사장을 찾아 볼 수 없으나, 식수만으론 비교적 풍부하달 수 있는 샘 2 곳이 있어 이채롭다.
이 섬의 식물상은 상공경도와 비슷하다. 한울타레, 맥문동 등이 서식하고 있으며 고사리, 억새, 돌꽃, 수크령 등 풀 중심의 작은 식물들이 주류를 이룬다. 조류와 곤충류 역시 상공경도와 엇비슷한 분포를 보인다.
환경운동연합의 윤미선간사는 “옹진군내 무인도의 경우 대부분 자연이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되어 있어 관광자원의 보고로 여길만 하다”며 “백사장을 비롯 섬 전체가 천혜의 경관을 지니고 있는 만큼, 계속 자연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張學鎭기자·JIN@kyeongin.com
상·하공경도(上·下公景島)-(2)
입력 2000-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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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9-2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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