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를 시작으로 도시 곳곳에서 대형화재가 연이어 발생한다. 소방대원 조상우(최민수)와 조사관 현민성(김규리)은 화재현장에서 방화로 보이는 흔적을 발견하고 뒤를 캐기시작한다. 주유소 화재가 폭발로 확대되던 날, 조상우와 현민성은 마침내 군중속에서 음흉한 미소를 짓고있는 연쇄방화범(차승원)을 발견한 뒤 결정적인 단서를 찾게된다.
'리베라 메'(11일 개봉)는 앞서 개봉된 같은 소재(불)의 '싸이렌'과 비교하면 확실히 스케일도 크고 드라마도 탄력적인 편이다. 부산시의 전폭적인 협조속에 제작된 영화는 항공촬영된 부산항의 모습을 시작으로 실제 아파트, 병원등으로 이어지며 넉넉한 현장감을 보여준다. 불의 움직임등 화재장면도 상당히 사실적이고 박진감이 넘친다. '스펙터클'의 완성도면에서 '리베라 메'는 한국최초의 잠수함영화인 '유령'을 떠올리게 할만큼 수준급이다.
드라마의 탄력성은 '조상우와 연쇄방화범간의 대결'이라는 기둥을 세우고 끝까지 밀고 나간 점에 있다. 조상우는 연쇄방화범에게 동료를 잃었고, 연쇄방화범은 어릴때 폭력적인 아버지에 대항해 몸에 불을 지른 누나로 인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연쇄방화범은 가정폭력으로 병원에 입원한 아이들의 집만 골라 불을 지르고, 조상우가 이런 방화범을 목숨걸고 추적한다는 흐름은 합리적이다.
반면 아쉬운 부분도 적잖다. 우선 조상우가 동료를 잃는 과정이 영화에서 명쾌하게 제시되지 않아 조상우대 방화범간의 대결이 관객을 흡입할만큼 힘을 갖지 못했다. 또 불을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연쇄방화범의 능력에 대한 설명이 없고, 조사관 현민성이 연쇄방화범의 정체를 밝혀내는 과정 역시 또렷하게 부각되지 못한 점도 이쉬운 부분이다.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캐릭터및 상황묘사의 허약함은 긴장감을 주지못한채 관객을 수동적인 위치로 전락시키는 영화의 악재일수 밖에 없다. '싸이렌' '단적비연수' '리베라 메'로 이어지는 최근의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은 공통적인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강도가 점점 세지는 스펙터클을 드라마가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
리베라 메
입력 2000-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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