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춤이다”.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떨어진 명제는 춤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쉘 위 댄스'등 댄스를 주제로 한 영화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일어
나기 시작한 댄스붐이 한때 불륜과 퇴폐의 이미지까지 갖게했던 춤을 생활
문화의 한축으로까지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춤은 우리민족의 역사와 생활에 깊게 자리잡고 있었으나 조선
시대 이후 음지로 숨어들어가 버렸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문화에 젖어있는 신세대와 직장인 뿐만아니라 가사일
에 전념하고 있는 가정주부들까지 댄스에 몰입, 이들이 댄스를 통해 스트레
스를 해소하고 자아발전을 실현하고 있다.
 인류문명과 함께 태동한 춤은 유희의 가장 대표적인 표현이었으며 인간사
의 본질을 가장 크게 꿰뚫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민족에게서 춤
은 삶의 애환을 표현하는 수단이었으며 생활이었다.
 80년대부터 사회문화의 한 조류로 떠올랐던 스포츠댄스가 춤문화를 대변
하기 시작했다.
 ▲대학이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엘리트 문화를 가장 선도한다는 대학가.
 지난 10월말 경기도 수원시에 자리잡고 있는 K대의 대동제 현장.
 해질녘부터 시작된 스포츠댄스 공연이 화려하게 무대를 수놓았고 공연에
열광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시대를 반영하는 대학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며 어느새 가을 축제의 중심에 서있는 볼륨댄스.
 가슴이 훤히 드러나보이는 드레스의 여학생과 훤칠한 키에 댄스복을 갖춰
입는 남학생들이 쌍을 이뤄 2천여명이 넘는 관객앞에서 화려하고 자신감 넘
치는 동작을 연출했다.
 2시간여에 걸친 공연시간동안 관객들에게서는 탄성과 함께 박수갈채가 쏟
아졌고 초대가수의 공연에 눈이 쏠려야할 학생들의 시선도 계속해서 댄스공
연에 머물고 있었다.
 K대 댄스동아리 '샷세'. 지난 95년 창립한 샷세는 이젠 어엿한 단독무대
를 개최할 만큼의 실력을 갖췄고 대학가에서도 그들을 인정하고 있다.
 단지 춤이 좋아서 춤을 춘다는 동아리회원들은 긴시간의 연습 등 모든 어
려움도 이겨낼만큼 춤을 사랑한다고 자부하고있다.
 ▲지루박은 이제 그만
 지난 19일 낮 12시 수원청소년 문화센터 문화교실.
 40대 중반의 주부들이 강사의 지도에 따라 스텝을 밟아 나가고 있다. 삐
걱대는 동작이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자신감을 심어주는 강사의 지도에 따
라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아침일찍 아이들을 학교로 보낸뒤 집안 청소, 설거지 등 집안일을 마친
강성례(44)씨는 김경호(48) 이윤희(49) 안혜경(46)씨 등 40대 동료들의 손
을 맞잡고 스포츠 댄스 강좌가 열리는 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 연습실을 찾
는다.
 이번 강좌를 듣기 시작한지 3개월이 지났지만 좋은 시설과 친절한 강사
의 지도가 마음에 들어 일주일에 한번뿐인 강의 시간이 너무 아쉽기만하다.
 수영, 볼링 등 다른 강좌에 가입해봤지만 스포츠 댄스만큼 푹 빠진 것은
없었다는 강씨는 “아이들과 남편을 직장과 학교로 보낸뒤 마땅히 여가를
즐길 방법이 없었다”며 “2시간 동안 스텝을 밟다보면 사는 재미를 느낀
다”고 말했다.
 “남편과의 대화에도 자신이 생겼다”는 강씨는 “기회가 되면 남편과 함
께 강좌를 듣고 싶다”며 다음주 강좌시간을 기다리며 연습실을 빠져나갔
다.
 ▲강사 김연경씨
 “요즘만 같으면 살 것 같아요”
 취미삼아 배운 스포츠댄스가 이제는 남들을 가르치는 당당한 직업이 된
김연경(27)씨.
 최근 춤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변화되면서 자신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는 김씨는 강의가 있는 날은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단다.
 4년전 K대 사회교육원에서 스포츠댄스를 배운 게 계기가 돼 강사의 길로
나서게 된 김씨는 남편 오치운(34·회사원)씨와의 사이에 혜진(7)양과 진우
(6)군 1남1녀를 두고 있는 아줌마 강사다.
 예전같으면 질시의 눈으로 바라볼 사람들이 이제는 어엿한 직업인으로 봐
준단다. 무엇보다 주위의 시선이 따뜻해졌다는 것을 느끼고 남편도 적극적
으로 도와주며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얘기한단다.
 김씨는 “그래도 아직은 남자들이 댄스강좌를 듣는 것을 꺼린다”며 “부
부가 함께 하기 정말 좋은 운동이다”며 적극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