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원조교제 등 매매춘의 연결고리 구실을 하며 기승을 부렸던 전화방이 '휴게방', '쉼터방' 등으로 이름만 바꾼 채 불법영업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 전화방의 경우 다른 대도시에선 점차 사라지고 있는 반면, 인천지역엔 수십개가 성업중인데도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사실은 국무총리 청소년보호위원회 '인천시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이 지난달 20일부터 9일간 인천 전 지역을 대상으로 '불법 전화 사업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밝혀졌다. 이번 조사를 통해 동암, 백운, 부평, 동인천 전철역 일대 주요 상권밀집지역서 모두 29개의 불법전화방이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60%인 17곳이 부평구에 몰려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평 4동의 N쉼터에선 자녀 2명을 둔 34세의 전업주부가 “남편이 다쳐 경제적으로 어렵다. 주 2~3회 정도 '2차'를 가는데, 경험있는 친구가 전화방을 소개해 줬다”고 털어놨다. 이 주부는 또 조사팀에게 적극적으로 '2차'를 제의했으며 다시 연락하겠다고 하자 연락처를 달라는 말까지 곁들였다.
역시 부평구 십정동의 B전화방. 30대 후반의 한 주부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언니를 통해 전화방을 알게 됐다”며 “6개월동안 10명의 남성을 만났다”고 밝혔다.
TV를 통해 상대방을 확인하면서 만나는 '화상데이트'도 성업중이다. 부평동의 한 업소는 보통 전화방이 1시간에 1만2천원을 받는 것과 달리 1만8천원에다 10분 추가 때마다 3천원을 더 받고 화상방을 운영하고 있다. 한 30대 후반의 주부는 “직장을 다니다 결혼과 함께 2개월전 퇴직한 후 할 일이 없어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전화방을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 업소를 무료로 이용한 여성 83명을 조사한 결과, 37명이 원조교제를, 24명이 '외롭고 심심하기 때문에 여가를 즐기기 위해서'라고 말했으며, 10명은 호기심과 생활에 대한 불만 탓이라고 답했다. 전화방을 통한 탈선과 윤락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경찰과 검찰, 인천시는 98년, 99년 '080폰팅'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당시에만 이들 전화방에 대한 단속을 벌인 이후 요즘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조사단 관계자는 “불법 전화방은 서울 86개, 대전 17개, 부산 6개, 대구 4개, 울산 1개 등으로 인천이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다”며 “전화방 같은 성매매 공간을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李旻鍾기자·minjong@kyeongin.com
10대 매매춘 불법전화방 기승
입력 2000-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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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4-2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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