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을 사본 게 몇년만인지 모릅니다. 특별히 소득이 늘어난 것은 아니고… 사실 분위기에 휩쓸린 면도 없지 않습니다.”(회사원 박모씨)
설을 앞두고 음식점, 백화점, 할인점 등에 모처럼 생기가 돌면서 소비심리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소비심리 회복 조짐은 각종 경제지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12월 소비자전망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기대지수가 8개월만에 기준치(100)를 넘어 소비심리가 점진적으로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통경기의 경우, 산업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의 2006년 매출전망' 자료에 따르면 가계부채 조정으로 인한 구매력 증가, 소비심리회복에 따른 소비자기대지수·평가지수의 지속적인 호전 등으로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 같은 소비심리 회복이 설비투자와 고용창출로 연결되는 경기의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최근 발표한 '2005년 44분기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 자료는 향후 6개월 동안의 생활형편전망 CSI(소비자전망지수)가 전분기(85) 보다 높은 92를 기록했다.
특히 향후 6개월간의 소비지출계획 CSI가 106으로 전분기(96)보다 상승하면서 모처럼 기준치(100)를 웃돌아,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소비지출계획 CSI가 기준치를 넘은 것은 지난해 14분기(101) 이래 3분기만이다.
CSI는 각 조사항목에 대한 소비자의 응답을 가중평균한 지수로 가령, 생활형편전망CSI가 기준치를 상회하면 앞으로 생활형편이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소비자가 나빠질 것으로 응답한 소비자보다 많음을 의미하고 기준치를 하회할 경우에는 그 반대를 의미한다.
CSI(소비자동향지수)는 BSI(기업경기실사지수)와 함께 경제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보고 싶을 때 유용하다. 향후 1년동안의 가계수입전망 CSI도 전분기(88)보다 높은 93을 기록했다.
한국은행 인천본부 관계자는 “수출과 내수 간의 연관관계 약화, 소득계층 간·기업 간 양극화 현상 등으로 내수회복의 강도가 기대만큼 높지 않다”며 “향후 경제상황에 대한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의 2006년 매출전망' 자료에서는 백화점 매출이 지난해 17조3천억원에서 올해 18조원 수준으로 증가하고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의 매출도 각각 11%, 26%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소비심리 회복 전망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다시 풀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
재래시장 등에서는 오히려 소득이 줄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모래내시장에서 과일과 즉석과자를 파는 송모(49)씨는 “한달에 버는 돈이 대략 300만원 정도인데 자릿세·물건값 등을 떼면 200만원 남짓 집으로 가져 간다”며 “지난해 보다 20% 줄어든 금액”이라고 말했다.
회사원도 마찬가지다. 민남기(32)씨는 “방송이나 신문을 보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하지만 실감하지 못하겠다”며 “평범한 월급쟁이에게 크게 달라질 게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인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인천의 경우, 대기업과 비교해 급여수준이 현저히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99% 이상인 점을 감안할 때 소비 심리 회복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무리”라고 말했다.
[월요기획] 숫자로 본 섣부른 판단 '무리'
입력 2006-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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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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