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란은 이미 제한적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국내경제가 벌
써 오래전부터 완연한 성장정체의 터널로 들어서는 기미를 보여왔음에도 정
부는 그 대응책 마련에 미적거려 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우리로서도 당시
의 정부측 고충을 짐작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아마 무엇보다도 지금 진행
중인 경제구조의 조정이 이로써 차질을 빚고, 또 그만큼 돈이 많이 풀려나
감으로써 물가에 주름살을 주게 될 걸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
차피 경제정책이란 선택의 문제인 것이고, 따라서 충돌하는 이익들 가운데
더 큰 손실을 가져 올 것의 보호에 재빨리 나서는 게 중요하다 할 만하다.
이런 가운데 가령 구조조정의 차질이나 물가압박 가능성도 최소화하는 슬기
를 발휘했어야 할 것이다.
뒤늦게 정부가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경기부양 제스처에 나서자마자 또 다
른 검은 구름이 한국경제를 덮치게 되었다. 뉴욕과 워싱턴, 미국의 두 심장
부를 강타한 미증유의 테러참사가 그것인데 사람들에 따라선 이게 국내경기
에 미치게 될 파급효과의 범위를 축소시켜 말하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그
건 대단한 착각이 될 것이다. 결정적인 건, 이로써 미국경기가 침체의 늪
에 빠지게 될 개연성이라 할 만하다. 한국정부가 이른바 3단계 비상계획안
이란 것에서 그 전제조건으로 미국 성장률 1%미만, 세계경제성장률 2%대를
책정해 두고 있다지만 지금 그렇듯 단순수치에 얽매여 있을 때가 아니라고
본다. 아무래도 미국경제가 테러쇼크 이후 상당기간에 걸쳐 그 활기를 잃
게 될 것이 분명하고, 수출등 경제전반에 걸쳐 대미의존율이 심대한 우리들
로선 가뜩이나 나쁜 경기에 철퇴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앞서의 비상대책이란 걸 통해 재정지출을 더 확대하고, 금리를 추
가로 낮춰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검토중인 걸로 알려
졌다. 또 기존의 에산 가운데 불용액이 많은 항목을 경기부양 효과가 큰 다
른 사업으로 전용하는 방안도 고려중인 걸로 전해졌다. 정부가 새로이 밀
려 오게 될 경기한파에 대응하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하지
만, 우리로선 아직 불만족임을 밝혀 두고 싶다.
야당측을 잘 설득하여 2차 추경 편성도 불사해야 할 것이고, 이번 기회
에 기업규제에 관한 일체의 '족쇄'들을 대거 풀어주는 용단도 내려 볼 것
을 권고해 둔다. 기업들의 사업의욕을 부추기는 일이 긴요하다. 30대기업집
단 지정완화 같은 것도 검토해 봄직하다.
또 다시 밀려올 경기한파
입력 2001-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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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1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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