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에겐 곱지 않은 표현이 많다. ‘낙동강 오리알’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밀기’ ‘오리걸음’ ‘오리궁둥이’ 등도 그렇고 영어의 ‘레임덕(lame duck)'이나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 오리새끼(ugly duckling)'만 해도 그렇다. 레임덕―‘절뚝거리는 오리’는 흔히 임기 말 대통령의 ‘죽 쑤기‘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재선에 떨어지고 아직 임기가 남아 있는 국회의원을 가리키고 불구자, 파산자, 쓸모 없는 인간과 물건, 파손된 비행기를 뜻한다. 그러나 나쁜 뜻만 있는 건 아니다. duck은 사랑스런 사람, 귀여운 사람의 애칭이기도 하고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새끼’도 처음엔 바보, 못생긴 오리 취급을 받지만 훗날 훌륭하게 되는 백조가 아니던가. ‘오리 수프(duck soup)'의 뜻도 ‘편하고 유리한 일’이다.
오리엔 야생오리―야압(野鴨)인 청둥오리(물오리)와 호수와 바다에 사는 상오리―침부(沈鳧), 인간과 친숙한 집오리―가압(家鴨), 서부(舒鳧)로 구분되지만 거위는 기러기 과에 속하고 백조와 원앙은 오리 과에 속한다. 서울 압구정동의 압(鴨)이 오리, 구(鷗)가 갈매기다. 오리라면 짓궂은 서양인들은 울음소리가 크기 때문에 피리 소리 내는 오리(whistling duck)라고도 부르는 수목오리(tree ducks)부터 연상할지 모르지만 오리는 원래 중국에서 지복(至福)의 상징이며 흔히 가정의 연못과 함께 그려지고 묘사된다. 고고함의 상징인 백조나 부부 금실의 표상이며 다른 오리에 비해 뛰어나다고 해서 맨더린 덕(mandarin duck)이라 일컫는 원앙이 아니더라도 그렇다.
고기 또한 단백질, 지방, 칼슘 등 영양가 덩어리다. 혀와 간은 고급 프랑스 요리와 중국 요리에 쓰이고 특히 통째로 쪄 구운 ‘북경오리’나 ‘유황오리’는 너무나 유명하다. 이런 오리 고기 소비가 조류 독감 때문에 90%나 줄었다는 건 참기 싫은 비극이다. 정부 공직자들이 앞장선 오리고기 먹기 캠페인이 확실한 효과를 거두길 기대한다./吳東煥(논설위원)
오리 고기
입력 2004-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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