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추워지고 있다. 모든 생명체가 옷을 갈아입는 가을, 겨울을 준비하는 모습들이 바쁘다. 다람쥐는 입속에 열매를 담을 수 있는 만큼 가득 넣어 두 볼이 탱탱하고, 청설모는 이곳저곳 자기만 아는 곳에 열매를 묻어두기에 정신이 없다. 겨울채비를 하는 동물 중 아예 잠만 자기 위해 안전지대로 몰려드는 생명들이 있다. 바로 개구리와 뱀이다.
개구리들은 땅속이나 물 속에 들어가 겨울을 보내고 뱀은 굴 속으로 들어간다. 이 시기에는 몸 동작도 느리고 겨울을 날 집을 찾기 위해 한곳으로 몰려들게 된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기다렸다가 이들을 잡아먹는 동물들이 있다. 여기에 사람도 한몫하고 있다.
모든 하천의 돌을 엎으면서 개구리들을 찾아낸다. 깊숙이 들어가 있는 개구리를 잡으려고 심한 경우 전기로 충격을 주기도 한다. 뱀을 잡기 위해 온 산을 그물로 둘러싸고 곳곳에 통을 설치하여 뱀을 유인한 다음 모두 잡아간다. 뱀과 개구리는 자연의 관리자다. 이들이 자연을 건강하게 해주고 있다.
개구리는 하루에 먹는 곤충의 양이 자기 몸무게의 두 배나 된다고 한다. 농사를 짓는 곳과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부터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는 곳까지 해충을 적절히 관리해 주어 자연과 농경지를 건강하게 해주는 이로운 생명체다.
뱀도 사람과 자연에 정말로 필요한 생명체다. 여주와 이천에서 있었던 일이다. 여주, 이천지역은 남한강가를 따라 수만 평의 고구마 밭이 펼쳐져 있다. 90년대초 여름장마 후 남한강 주변의 넓은 고구마 밭에 뱀들이 우글거렸다. 동네 아낙네들이 뱀이 무섭고 징그러워 김을 맬 수가 없었다. 동네 청년들이 고구마 밭과 주변의 뱀들을 모두 잡아서 먹거나 뱀장사에게 팔아버렸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그해 가을에 그 넓은 고구마 밭에서 온전한 고구마를 한 가마니도 건지지 못했다고 한다. 이유는 쥐들이 극성을 부려 고구마를 모두 갉아먹었기 때문이었다. 뱀들이 쥐를 잡아먹고 고구마 밭을 관리해 주러 온 것인데 사람들이 그것을 몰랐던 것이다.
쥐는 번식력이 매우 강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쥐 한 쌍을 학교교실과 같은 넓은 공간에 넣고 1년동안 충분히 먹이만 공급해 주면 보름에 12마리씩 새끼를 낳는다고 가정했을 때 1년후에는 1억마리 이상 불어난다고 한다. 자연에서 쥐의 숫자를 적절히 조절해 주는 것은 바로 뱀과 같은 자연의 관리자인 것이다. 뱀이 사라지면 자연의 관리자가 없게 되고 자연도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왜 뱀을 건강식으로 많이 찾게 되었을까? 원래 우리 조상들은 뱀을 먹었던 것이 아니라 뱀의 알을 위급한 상황에서 사용했다고 한다. 뱀 알은 99%가 노른자로 되어 있어 순간적인 열을 내는데 사용되었다. 감기몸살이나 오한이 들었을 때 뱀알을 삶아서 말린 것을 물에 타서 먹으면 열이 올라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뱀알을 구할 길이 없는 사람들이 뱀을 먹어도 기운을 차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뱀을 먹었던 것이다.
뱀을 많이 먹었던 한 중소기업체 사장이 머리가 몹시 아파 병원엘 가서 진찰을 받고서 깜짝 놀랐다. 머리 속에 기다란 기생충들이 12마리나 살고 있었다. 그것을 조사해 보니 뱀의 몸속에 사는 기생충이었다. 바로 사충(蛇蟲)이라고 하는, 흰색에 길이 15㎝이상으로 자라는 벌레였던 것이다. 사충은 뜨거운 물이나 사람 몸에 들어가면 죽거나 소화가 된다. 하지만 사충의 알은 잘 죽지도 않을 뿐더러 사람 몸에 들어가도 소화가 안되며 핏줄을 타고 다니다가 영양물질이 많은 척추나 뇌에 들어가 살게 된다. 현대의학으로도 이를 안전하게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자연의 관리자인 뱀이나 개구리를 해치면 그에 대한 결과는 반드시 사람에게 되돌아온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포장마차에서는 '만세탕'이 팔리기 시작한다. 바로 개구리 탕이다.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 만세부르듯 두 팔과 다리를 쭉 펴고 죽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환경부에서도 올해부터는 야생동물을 잡는 사람과 그것을 먹는 사람 모두를 처벌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런 제도 때문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자연을 보듬는 자연의 관리자로서 뱀과 개구리를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로 보아야 할 것이다. <류창희(자연생태연구소 '마당'연구소장)>류창희(자연생태연구소>
가을! 개구리와 뱀의 수난
입력 2001-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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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2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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