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은 두석린 갑옷과 양날검을 사용한 적이 없다.”

1970년대 조성된 세종로의 이순신 장군상이 중국식 피박형 갑옷을 입고 오른손에 일본도를 들고 서 있는 모습으로 왜곡돼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사극에서조차 이순신 장군이 방호력이 거의 없어 조선 후기 의장용으로 사용됐던 두석린(豆錫鱗) 갑옷을 입고 있으며, 삼국시대 이후 실전에서 사용된 적이 없는 양날 검(劍)을 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표 문화상품인 덕수궁 수문장 교대식의 군졸들이 삼국시대 환두대도를 버젓이 등에 메고 다니고, 전통 무예를 시연하는 검사들은 사무라이처럼 일본의 가타나(刀)를 칼날이 위로 향하도록 허리에 차고 등장한다.
 
이런 역사왜곡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 저자 민승기씨가 환도 한 자루에서 대형 전함까지 조선시대 무기와 갑옷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조선의 무기와 갑옷'(가림기획 刊)을 최근 펴냈다.
 
조선시대 무기와 갑옷이 홀대를 받고 무지와 무관심 속에 방치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39년 미국인 선교사 부츠(J. L. Boots)가 우리 나라의 전통무기와 갑옷을 다룬 최초의 논문인 'Korean arms and armor'를 출간할 당시에도 우리 나라의 박물관에 소장된 전통 군사유물은 부츠 개인의 소장품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고, 조선과 일본 어디에도 조선시대 군사유물을 연구하는 학자는 없었다. 1990년대 국방군사연구소에서 '한국무기발달사'란 책을 출간했지만 이마저도 일부 화약무기만 집중적으로 다뤘을 뿐이다.
 
저자는 이 책의 집필을 위해 '조선왕조실록'을 비롯 각종 병법서와 무예서, 그리고 각 지방 읍지와 개인 문집은 물론, 여러 박물관에 소장된 무기 유물 및 조선 왕릉의 무인석에 새겨진 갑주,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는 전통 도검 및 궁시(弓矢·활과 화살) 제작 기법 등을 직접 조사해 체계적인 정리를 시도하고 있다.
 
또 이 책은 고전문헌을 중심으로 서술하면서도 300여장의 도판을 수록하고 한자의 사용은 최소화해 일반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스스로가 검도 유단자인 저자는 특히 전통 도검을 소개하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책에서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도검인 환도(環刀)가 고려시대의 원나라 환도에서 비롯됐음을 밝히고 있으며, 전통 환도의 구조와 특징, 패용 방법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424쪽. 1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