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영화 '옹박'이 "리샤오룽(李小龍)은 죽었다, 청룽(成龍)은 늙었다, 리롄제(李連杰)는 약하다"라는 광고 문구로 무술영화 팬 사이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설적인 무술 스타들의 시대는 이제 갔다고 호언하며 차세대 액션 최고봉임을 선언하는 주인공은 태국 전통무술 무에타이의 고수 토니 자(28).

중화권 배우들이 독차지해온 무술 지존의 자리를 태국의 무명 배우가 넘보는 것이 과욕처럼 비치기도 하고, 홍보를 위한 과장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적어도 무술솜씨 만큼은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26일 '옹박'의 개봉을 앞두고 21일 내한한 토니 자를 숙소인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호텔 강남에서 만났다. 그곳에는 비호같은 몸놀림과 포효하는 듯한 표정의 액션 스타 대신 순박한 눈빛과 수줍은 미소를 지닌 동남아 청년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셔츠 사이로 언뜻 보이는 가슴은 철통처럼 굳세게 보였고 오른손 주먹은 차돌처럼 단단하게 느껴졌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 이어 두 번째 한국 방문입니다. 이번에는 봉은사에 들러 주지 원혜 스님과 얘기도 나누는 뜻깊은 기회를 가졌습니다. 스님께서 단주(손목에 차는 짧은 염주)를 선물로 주셨는데 앞으로도 계속 차고 다닐 겁니다."
'옹박'은 마을에서 수호신처럼 모셔온 불상의 머리가 도난당하자 무에타이의 달인인 팅이 방콕으로 떠나 폭력조직과 사투를 벌인 끝에 이를 되찾아온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컴퓨터그래픽, 와이어액션, 스턴트맨을 쓰지 않고 오직 토니 자의 사실적 동작만으로 화려한 액션장면을 만들어냈다.

"어렸을 때부터 브루스리(리샤오룽)나 재키찬(청룽)의 영화를 즐겨봤어요. 13년 동안 무에타이를 하루 10시간씩 수련하면서 나도 태국의 전통무술을 영화로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처음에는 스턴트맨으로 일했는데, 프라차 핀캐우 감독이 '리얼 액션'으로 영화를 찍고 싶다며 평소 친분이 있던 제 스승 파나 리티크라이씨에게 천거를 부탁해 주인공에 발탁됐지요."
토니 자는 무에타이 대련을 하는 것보다 영화 촬영이 오히려 더 힘들었다고 한다. 짧은 시간에 승부가 나는 것과 달리 오래 기다려야 하고, 상대가 위험하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강하고 아름답게 보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그래도 액션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CG나 와이어를 사용해보고 싶다는 유혹은 한번도 들지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무에타이는 동양의 다른 무술처럼 신체를 단련하면서도 겸손과 극기 등의 정신적 가치를 중요시한다.

태권도, 쿵후, 가라테, 우슈 등 다른 무술과 비교해 무에타이의 장점을 말해달라고 하자 "나라의 문화적 전통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어 각기 장단점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모두 똑같다"라고 대답했다. 예전에 좋아했던 무술 스타와 비교해 자신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한번도 나를 그들과 견주어본 적이 없다"고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

중국의 소림사(少林寺)에서도 무술이 발달했고 우리나라에도 불무도(佛武道)의 전통이 있지만 살생을 금하는 불가의 계율과 일격필살의 무술 목표는 배치되지 않는 것일까.

"저도 그 문제를 고민해봤지요. 영화 주인공이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반격에 나서기는 하지만 불심을 주제로 삼은 영화치고는 지나치게 잔인하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그러나 이건 불교보다 무에타이가 중심이고 어디까지나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도 이해해줄 것으로 믿습니다. 영화적 재미를 위해 주인공의 상대를 아주 나쁜 악역으로 부각시키다보니 응징의 강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지요."
토니 자는 다음달부터 신작 '뚬양궁(수프와 찌개의 중간쯤인 태국의 전통음식)'을 호주에서 촬영할 계획이다. 한국영화도 즐겨보기 때문에 한국에서 출연 제의가 들어오면 얼마든지 응할 생각이 있다고. 좋아하는 한국 배우를 물어보자 '전지현'이라고 말하며 무술 고수답지 않게 사춘기 소년처럼 얼굴을 붉힌다.

토니 자는 20일 저녁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열린 초청시사회에 참석해 무에타이 시범을 보였으며 21일에는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대단한 도전' 코너에 출연한다(30일과 6월 6일 2부로 방송 예정). 22일에는 동대문시장 두산타워에서 열리는 토니 자 선발대회 본선에 참석해 심사를 맡고 23일에는 대구, 포항, 부산을 돌며 시사회에서 무대인사에 나선 뒤 24일 일본으로 출국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