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옹박-무에타이의 후예'
기가 막힌 녀석이 한 명 스크린에 등장했다. 공중 세 바퀴 제비돌기는 기본. 발차기는 칼 몇 번 휘두르는 속도보다 빠르고 주먹은 총알 만큼이나 잽싸다. 점프력은 벽을 뛰어넘을 정도이고 몸 단단하기는 웬만한 무기에는 끄떡 없을 정도. 이쯤 되니 리샤우룽(李小龍)보다 강하고 청룽(成龍)보다 빠르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26일 국내 팬들에게 첫선을 보이는 '옹박-무에타이의 후예'는 태국산 액션 영화. 태국에서도 액션 영화를 만드느냐고? 모르는 말씀. '옹박…'는 7주 연속 자국 내 박스오피스 1위를 독식한 후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과 프랑스 등 유럽으로 명성을 점차 확대해가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 토니 자가 다른 주인공들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태국의 전통 무예인 무에타이로 단련됐다는 점. 20년 가까이 하루 10시간씩 훈련을 해왔다는 그는 할리우드 영화의 대역배우로 출연하다가 발탁돼 이 영화로 처음 이름을 알렸다.

아쉬운 점은 간혹 등장하는 우연한 설정이 눈에 거슬린다는 것. 하지만 스타일있는 액션이 중심이 되는 영화에서 세부 줄거리에 집착하는 것은 로맨스 영화에서 액션을 찾는 것 만큼 어불성설일 수 있다. 상영시간 내내 숨가쁘게 내달리는 토니 자의 액션만으로도 부족함은 없어보인다.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한 편. 영화는 한 시골 마을 사람들이 보물인 불상 '옹박'의 머리를 도난당하면서 시작된다. 대대로 모셔온 불상이니만큼 마을 사람들의 낙심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마침 때는 흉년이 들고 우물은 말라서 바닥을 드러낼 정도의 가뭄. 마을 사람들은 오랫동안 무에타이를 수련해 온 고아 '팅'(토니 자)을 대도시 방콕으로 보내 옹박을 찾아오게 한다.

돌 불상 따위가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그렇다면 도시의 갱 두목 '콤투완'과 같은 생각을 가진 셈이다. 콤투완의 '주업'은 문화제 도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살인과 폭력쯤은 아무런 가책 없이 행사한다. 옹박도 콤투완의 한 하수인이 빼돌린 것.

대도시로 온 팅은 옹박을 빼앗아간 사람들을 찾으려 하지만 일이 쉽게 풀리지는 않는다. 같은 마을 출신으로 방콕에서 생활하는 조지(페치타이 웡캄라오)를 찾아가지만 이미 도시 생활에 찌든 그는 팅에게 돈을 뜯어낼 궁리만 할 뿐이다.

한편, 악당 콤투완의 취미는 뒷골목 싸움장에서 도박판을 벌이는 것이다. 무에타이의 고수와 뒷골목 싸움장. 이쯤 되니 두 사람이 만나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는다.

비교적 단선적인 스토리이지만 영화의 선악 구도는 탄탄하고 매력적인 인물들 덕분에 꽤나 흡인력이 있다. 시골과 도시의 대립, 옛 것과 새로운 것 사이의 갈등이라는 대립 구도도 튀지 않고 줄거리에 잘 묻어 있는 편.

이종 격투기의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청룽이나 리롄제(李漣杰)의 최근작들의 흥행 성적이 주춤한 한국에서 토니 자의 액션이 태국의 상업영화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얼마 만큼 통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15세 이상 관람가.<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