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핵실험을 강행하고 사실상 `핵보유국'이 됨에 따라 그 의도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에게 `핵무기'가 가지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협상카드'로서의 의미이고 두번째는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촉매제 역할이다.

우선 북한은 이번 실험을 통해 협상카드로서 핵의 위력을 극대화해 나가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0월 제4차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이 원해오던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등의 내용이 담긴 9·19공동성명을 만들어냈지만 미국은 북한의 위조화폐 제조 혐의를 거론하면서 금융제재에 들어갔다.

이후 북한은 선(先) 금융제재 해제-후(後) 6자회담 복귀를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미국은 불법행위에 대한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원칙론을 내세워 북한의 요구를 외면했다.

결국 북한은 핵문제에 느긋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서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연료봉 인출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성과가 없자 가장 수위가 높은 핵실험이라는 카드를 뽑아든 셈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3일 발표한 성명에서 핵실험 강행 의지를 밝히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북)의 원칙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식으로 협상의 여지를 남긴 대목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여기에다 핵실험을 통해 판돈을 올려보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작년 2월 `2·10성명'을 통한 핵보유 선언에 이어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실체를 과시함으로써 그동안과는 달리 핵보유국의 입장에서 협상을 해나가려고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핵무기 제조와 보유를 억제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제거하고 다시금 핵무기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쪽으로 초점이 옮겨져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은 더욱 커진 셈이다.

따라서 북한은 그동안 미국이나 주변국들에게 요구했던 것 보다 많은 판돈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북한은 이번 핵실험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조치를 취해 나감으로써 내부적인 결속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를 통해 “핵시험은 100% 우리 지혜와 기술에 의거해 진행된 것”이라며 “강위력한 자위적 국방력을 갈망해온 우리 군대와 인민에게 커다란 고무와 기쁨을 안겨준 역사적 사변이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 1998년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에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다는 선전을 잇달아 내보내면서 주민들에게 `강성대국'의 신기루를 심어주는데 바빴다.

특히 유엔에서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이후 대북결의안이 채택돼 대북제재의 고삐가 조여지고 핵실험 자제를 요구하는 의장성명이 채택되는 등 대내외적 어려움이 예고된 가운데 이번 실험을 실시함으로써 주민들에게 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고 내부적인 결속을 강화해 나가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실험이 노동당 창건 61주년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당 총비서 추대 9주년을 전후해 이뤄졌다는 점도 결국은 이같은 내부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현재의 환경이나 상황이 이같은 북한의 의도를 관철시키기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핵실험에 굴복해 그동안의 입장을 전환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뿐 아니라 해상봉쇄 등 대북제재를 강화하면서 북한의 항복을 받아내는 쪽으로 정책을 펼 것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