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가 있을 경우 해외로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가지만 올해는 사흘 밖에 안되는 기간이라 오히려 가족끼리 가까운 극장가를 찾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도 설 극장가에는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을 불러들일 채비를 이미 마쳤다. 한국 영화는 명절 극장가 단골 메뉴인 코미디 영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외화로는 작품성과 상업성을 겸비한 수작들이 관객을 유혹한다. 올 설에 볼만한 영화들을 비교·소개한다.

하지원·임창정 커플이 4년만에 뭉친 영화 '1번가의 기적'(15일 개봉)이 올 설의 기대작이다. '색즉시공'의 윤제균 감독이 이들과 4년만에 다시 만나 만들어낸 '1번가의 기적'은 재개발로 인해 곧 사라져야하는 달동네 주민들의 이야기를 코믹한 상황 설정으로 웃기고 가슴 뭉클한 감동 코드로 울리는 영화다. 15세 이상 관람가.
이미 8일 개봉한 '김관장vs김관장vs김관장'은 신현준·최성국·권오중 등 '코믹 삼총사'를 각각 다른 종류의 무술 고수로 내세워 만든 전형적인 코미디 영화. 각각 태껸(신현준), 검도(최성국), 쿵후(권오중) 도장 관장인 세 사람이 한 여자(오승현)를 사이에 놓고 벌이는 신경전을 코믹한 터치로 그려냈다. 15세 이상 관람가.
개그맨 이경규가 1992년 '복수혈전' 흥행 참패 이후 절치부심 끝에 14년만에 제작자로 도전장을 내민 '복면달호'(15일 개봉). 역시 코미디물이지만 트로트를 소재로 했다는 점이 신선함을 느끼게 하는 영화다. 3년만에 컴백한 차태현이 록가수를 꿈꾸다 엉뚱하게 트로트 가수로 데뷔하게 되는 봉달호 역할을 맡아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12세 이상 관람가.
김혜수와 윤진서가 바람난 유부녀 역으로 연기 대결을 선보이는 '바람피기 좋은 날'(8일 개봉)은 유부녀의 불륜이란 무거운 소재를 유쾌한 코미디로 풀었다. 러닝타임의 절반 이상이 베드신이 차지하고 있지만 선정적이란 느낌보단 가볍고 코믹하다. 하지만 불륜에 대한 당위성을 맞불작전식으로 덧칠하는 후반부가 약간 부담스럽고 허전한 것은 어쩔 수 없다. 18세 이상 관람가.
지난 1일 개봉후 첫 주에만 140만명의 흥행 성적을 올린 '그놈 목소리'는 15년전 발생했던 고(故) 이형호 군 유괴살해사건을 그대로 영화화했다. 실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데 그치고 관객이 원하는 그 이면을 그리는데는 소홀했다는 냉소적 평가도 있지만 '너는 내 운명'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박진표 감독의 영화라 볼만하다. 12세 이상 관람가.


# 외화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더 퀸'(15일 개봉)은 다이애나 왕세자비 사망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다이애나 사망 사건 당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중심으로한 영국 왕실의 분위기와 숨겨진 진실을 흥미롭게 극화한 이 영화는 엘리자베스 2세를 연기한 헬렌 미렌의 호연(好演)이 볼 만하다. 12세 이상 관람가.
애니메이션 '러그래츠(Rugrats)' 시리즈로 유명한 가보 쿠스포 감독과 '반지의 제왕' 특수효과팀이 손잡은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15일 개봉)는 설 연휴에 가족이 함께 보기에 안성맞춤인 영화다. 판타지적 소재를 이용해 아이들과 어른 모두를 동심으로 이끄는 마력을 지녔다. 전체 관람가.
할리우드 아역스타 다코타 패닝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아동영화 '샬롯의 거미줄'(8일 개봉). 1952년 출간된 이래 4천500만부 이상 팔린 E.B.화이트의 동명 동화를 영화화한'샬롯의 거미줄'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동들의 선의를 결코 배반하지 않는 따뜻한 온기가 흐르는 '착한' 동화. 산전수전 다 겪은 어른들이 보기엔 조금 낯 간지러울 수도 있는게 흠이라면 흠이다. 줄리아 로버츠, 로버트 레드퍼드, 오프라 윈프리 등 쟁쟁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동물들의 목소리를 연기해 화제를 모았다. 전체 관람가.
올해 이순(耳順)이 된 실베스터 스탤론이 '록키 5' 이후 16년만에 만든 록키 영화 '록키 발보아'(15일 개봉). "권투 영웅 록키가 진정한 인생 영웅이 됐다"는 찬사가 있는 한편 "영화 만들 소재가 그렇게 없나"라는 비아냥도 교차되는 영화다. 과거 록키 시리즈를 좋아했던 팬이라면 이제는 은퇴해 추억으로 살아가는 록키(혹은 스탤론)에게서 황혼에 접어든 인생의 의미와 함께 아련한 추억을 되살릴 수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
스티븐 스필버그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각각 제작자와 감독으로 손을 잡아 주목을 받은 '아버지의 깃발'(15일 개봉)은 전통적인 할리우드식 관점에서 다소 비껴간 전쟁 소재 영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과 일본군간에 벌어진 가장 치열한 전투였던 '이오지마 전투'를 소재로 한 영화인 '아버지의 깃발'은 미디어와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미국식 전쟁 영웅 신드롬의 어두운 그늘을 파헤쳤다는 시도가 관객들에게 새롭게 다가온다. '영웅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논리를 일관되게 풀어가고 있는 이 영화는 전쟁 장면을 곳곳에 배치했지만 전쟁 영화라기 보다는 전쟁에 참여한 개개인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
이밖에 허우샤오셴 감독의 대만 영화 '쓰리 타임즈'와 애덤 샌들러 주연의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 '클릭', 스칼릿 조핸슨·우디 앨런 주연의 코믹드라마 '스쿠프', 프랑스 영화 '파리의 연인들' 등도 설 연휴 극장가에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