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70세를 훌쩍 넘긴 할머니들이 됐지만 관계기관에서는 이들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자신들이 선택한 삶이니 스스로 알아서 해라'는 싸늘한 시각만을 드러 낼 뿐이다.
전란 후 어려웠던 시기에 외화벌이의 애국자라며 한때 기지촌여성들과 기지촌 주변의 유흥업소등에 면세혜택까지 줬던 정부였지만 이제는 늙고 병든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
경인일보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경기북부지역에는 53명의 기지촌 출신 할머니들이 의정부와 동두천, 파주 등 미군 기지촌 주변을 떠나지 못한채 여전히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숫자는 입소문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경기도는 물론 해당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들 기지촌 할머니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나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실제 지난 2005년 경기도 제2청이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성매매특별법과 기지촌 여성들', '기지촌주변 성매매피해여성 상담지원 사례집'등을 발간하고 2003년 '경기북부 기지촌지역 성매매근절을 위한 피해여성지원사업보고회'등을 갖는등 기지촌에 관심을 가졌지만 대부분 기지촌내 외국인 여성들에 대한 것일 뿐 이들 할머니들에 대한 자료는 전혀 없었다.
한때 기지촌 출신 할머니들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려 했던 정성호(무소속· 동두천·양주)국회의원은 "지난 2005년에 기지촌출신 할머니들이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들에 대한 실태를 조사해 그 결과를 가지고 정책제안의 자료로 삼으려 했었다"며 "그러나 조사를 의뢰받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들 할머니들이 개인 노출을 피해 실태조사를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60~70년대 기지촌 생활을 한 기지촌 할머니들은 당시의 시대상황을 보면 지금의 기지촌 여성들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며 "이들 할머니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환철 경기북부정책개발 연구원장도 "정부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 진다면 이들 할머니들의 실태조사는 쉽게 이루어 질 것"이라며 "실태조사를 통해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 대해 행정·재정적 지원방안 모색 및 법적·제도적 개선 방안 등을 강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