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의 주인공인 지연 역할은 김윤진이 맡았다. 김윤진은 한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다 미국 드라마 '로스트'에 출연해 해외에도 얼굴을 알린 영화 배우로, 이번에 '로스트' 다음 시즌 촬영이 시작되기 전 여름 휴가까지 반납하고 이번 영화에 참여했다.
스릴러물인 이 영화는 유능하고 냉철한 변호사 지연(김윤진)이 하나뿐인 딸 은영을 납치당한 뒤 오랜 친구이자 형사인 성열(박희순)과 함께 범인에 맞서 사투를 벌인다는 것이 큰 줄거리다. 납치범은 딸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살인범 한 명을 7일 안에 무죄로 만들어 석방하라는 조건을 내건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흐르는 무더운 날씨를 보인 이날 언론에 공개된 촬영 분은 지연이 납치범으로부터 딸이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그가 제시한 장소로 찾아간 장면이다.
촬영 현장인 폭 좁은 비포장도로 옆 갈대밭에 도착하자 밀짚모자를 쓰고 목에는 수건을 두른 사람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고무장화까지 신어 영락없이 밭일을 하는 농군 차림새의 이들은 바로 영화 스태프들이다.
김윤진이 어른 키 높이의 갈대를 헤치고 달려가야 하기 때문에 스태프들은 미리 갈대밭에서 갈대와 잡풀을 두 방향으로 쓸어 길을 만들고 진흙바닥 위에 촬영장비를 설치하느라 여념이 없다.
리허설이 시작되자 김윤진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은영아! 은영아!"라고 울부짖으며 달려간다. 300m 가량 정신없이 달려가던 그의 등 뒤로 감독이 '컷'이라고 외치지만 듣지 못하고 계속 뛴다. 결국 온 스태프들이 소리모아 함께 '컷'이라고 외친 다음에야 김윤진은 멈춰 섰다.
영화의 배경에 맞추느라 더운 날씨에 검은색 긴 코트까지 입고 있는 김윤진의 얼굴에 땀이 흐른다. 스태프들도 얼굴이 빨갛게 익은 채로 촬영장비를 들고 뛰거나 모니터를 확인하느라 바쁘다.
땀을 훔치며 원 감독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 김윤진이 "딸이 부르고 있으니까 마구 속력을 내서 달려간 건데 너무 빠른가요?"라고 물었다. 원 감독은 "촬영 중반쯤이라 감정이입이 돼야 하니 좀 세게 합시다"라고 연기를 지도한다.
김윤진은 촬영 공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혼이라 연기가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감정 표현할 때 이 정도가 맞나, 고민을 많이 했다"며 "아파트에 혼자 있는 장면을 찍는데 그제야 큰 덩어리가 '훅' 내려가는 느낌을 받으면서 감정 표현을 처음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원 감독은 "이 영화는 모정을 주제로 휴먼 스릴러이자 법정 드라마로 만들고 있다"며 "영화 속에 흐르는 감정은 대중적이지만 스타일은 깜짝 놀랄 만큼 독특한 영화가 될 것"고 설명했다.
이 영화는 제작 과정에 영화의 제목과 감독, 배우가 모두 교체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원 감독은 시나리오를 각색한 뒤 크랭크인 해 촬영이 중반에 접어든 현재까지도 콘티 작업을 계속하면서 촬영을 병행하고 있다.
원 감독은 "좋은 시나리오를 죽이면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터무니 없을 정도로 적은 예산으로 작업하고 있지만 스태프들 열정이 대단해서 자유롭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김윤진을 돕는 친구이자 형사 역할을 맡은 배우 박희순은 "1초에 한 컷이 들어갈 정도로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영화"라며 "한국 영화 속의 형사 캐릭터 가운데 독특한 역이라 새로운 캐릭터를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촬영을 시작한 세븐데이즈는 내달까지 촬영을 마치고 올 하반기 개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