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4.7%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으나 이러한 전망의 전제가 되는 세계경제 성장률과 유가 등 주요 지표들이 한은의 예상과 속속 빗나가고 있어 성장률 하향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한은은 아직 연초이기 때문에 결과를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지만 경기 하강 위험이 커졌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3일 한은과 산업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은은 올해 원유 도입 단가를 배럴당 81달러로 예상했다.

   그러나 1월 원유 도입 단가는 배럴당 89.6달러로 한은의 예측치를 크게 웃돌았다.

   원유 도입 단가가 이처럼 급등하면서 1월 무역수지는 34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적자 규모인 20억달러 선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가 30억 달러의 적자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초고유가 현상이 계속되면 경상수지 적자액은 한은의 예상치를 훨씬 능가할 수도 있다.

   유가 급등은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9%로 끌어 올렸다.

   통계청과 한은 등은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 부근을 나타낼 것으로 내심 기대했으나 실제 수치는 이를 웃돌았다.

   더 큰 우려는 세계경제 성장률이 한은이 예상한 수준보다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4.6%로 예상했다. 작년 5.1%보다 0.5%포인트 낮춰 잡은 것이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1.8%로 내다봤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4%에서 4.1%로 하향 조정했다.

   IMF가 작년 7월에 제시했던 전망치 5.2%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것이다.

   IMF는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1.9%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경기 하강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그에 따라 전 세계 경제도 함께 하강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어 교역신장률 역시 함께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올해 세계 교역 신장률이 7.3%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미국발 경기부진이 전 세계로 확산될 경우 교역 신장률도 낮아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 성장률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 4.7%를 예상하면서 설정한 전제들이 한은의 예측과 크게 빗나감에 따라 정책금리 조정이나 부양책이 동원되지 않는 한 성장률의 하향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그러나 "여러 지표들이 당초 예상보다 좋지 않게 나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러한 현상이 추세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을 지는 몇 달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당장 성장률 전망 자체를 바꿀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앞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 증폭되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성장률 둔화가 확실시될 경우 한은의 통화정책 운영 기조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