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나 지금이나 청정 산하를 간직한 유서 깊은 고장, 경북 청도. 그 맑은 골에 소싸움이라는 신명난 한판이 벌어진다. 관광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청도 소싸움축제'가 올해는 오는 12일부터 16일까지 열린다. 관중들은 서원천변이 들썩거리는 격렬한 싸움소에 열광한다. 함성과 환호가 교차하는 소싸움 축제의 현장에서 씩씩한 활력을 느껴보자.
격렬한 야성의 충돌…"힘내라" 열띤 응원전
축제까지 기다릴 수 없어 청도군이 직접 운영하는 서원천변 상설경기장을 찾아 축제의 소란을 미리 맛봤다. 구경하던 아저씨들은 벌써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점심때 기분 좋게 걸친 막걸리 때문인지 모처럼 따사롭게 내리쬔 봄 햇살 때문인지, "어이구야, 저놈 봐라"를 외치며 손뼉 치고 흥겨워한다. 소싸움축제장은 장터처럼 북적거린다. 어른을 위한 고성능 돋보기에서 소싸움을 실시간 중계하는 인터넷 동영상센터까지 없는 게 없다. 소싸움 잔치에 돼지고기 파는 푸줏간도 들어섰고 100여 개의 소머리국밥집도 즐비하다.
소싸움축제의 하이라이트는 격렬하게 밀어붙이는 팽팽한 싸움소들의 대전이다. 체중이 800kg에 육박하는 집채만한 소들이 뿔을 맞대고 안간힘을 쓰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전국 대회에서 우승을 한 박해익(경남 창녕)씨의 '왕뿔'이 출전하자 관중들이 일제히 환호를 보낸다. 이윽고 심판장이 대전을 시작하는 깃발을 올리자 쿵하는 소리와 함께 소싸움이 시작된다. 팽팽한 긴장감도 잠시 "힘내라! 힘내라!" 연거푸 목청껏 외치는 응원전이 펼쳐진다. 소싸움장의 분위기에 도취돼 열심히 응원하는 대회장은 함성으로 가득하다. 싸움소의 성난 몸부림과 거친 숨소리가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만 같다.
'왕뿔'이와 '누렁이'의 대전은 '왕뿔'이가 사정없이 몰아붙이면서 시작되었다. '누렁이'도 기세에 밀리지 않기 위해 온힘을 다해 '밀치기'로 대항해보지만 힘이 달리는지 조금씩 밀린다. 이에 '왕뿔'이 뿔걸이로 기세를 제압하고 만다. 역시 작년도 챔피언답게 뛰어난 힘과 기술을 보이는 '왕뿔'이 관중들로부터 환호를 받는 사이, '누렁이'는 냅다 줄행랑을 놓는다.
피 터진 싸움소가 차에 실려 경기장 밖을 빠져 나가는데 해설자의 멘트가 장내에 윙윙거린다. "그래도 싸움소는 운이 좋은 놈들입니더. 싸움소 안 됐으면 벌써 저기 쇠머리국밥집 재료로 들어갔을 거라예."
축제기간 중에 소싸움은 오전 9시부터 시작해 오후 6시까지 예선부터 결승전까지 계속된다. 예선전은 싱겁게 끝나는 경우도 많지만 행사 3일째부터는 준준결승이 치러진다. 이때부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격렬한 소싸움을 구경할 수 있다.
원래 소싸움은 농경문화가 시작된 때부터 목동들이 심심풀이로 즐기던 것. 점차 부락 단위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마을사람들이 명예를 걸고 본격적인 시합으로 발전되었다. 소싸움을 재미있게 보려면 게임의 룰을 알아두면 기쁨이 두 배가 된다.
기본적으로 1대1 단판승제로 진행되며 경기 중 먼저 머리를 돌려 달아나면 패한다. 무승부와 시간 제한이 없다. 소싸움은 몸무게에 따라 갑, 을, 병 체급으로 나뉜다. 이중 특갑종은 810kg이 넘는 무제한급으로 헤비급에 해당한다. 꺽쇠처럼 옥뿔인 경우 뿔이 가늘고 앞으로 튀어나와 뿔끝 공격이 쉽지만 근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와룡처럼 비녀뿔 소들은 근성과 지구력이 뛰어나 장기전에 유리하다. 소싸움에는 다양한 기술이 구사된다. 들치기는 머리를 상대 목에 걸어 공격하는 것으로 강한 체력이 요구되며, 뿔치기는 뿔을 좌우로 흔들어 치며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이다. 머리치기는 정면 머리 공격으로 소싸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술이다.
온가족이 즐기는 체험 이벤트 함박웃음꽃

청도군 각 읍·면별로 꽃단장한 소를 선보여 관광객들의 인기투표로 가장 예쁜 소를 뽑는 대회도 연다. 예쁜 소 뽑기가 진행되는 중간에는 소싸움 대신 청도군의 마스코트들이 행사장을 돌아다닌다. 각 면 대항 장기자랑과 응원전을 리드하는 청도군의 마스코트 '카우와 붕가'의 익살에 아이들은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청도 소싸움축제의 최대 장점은 아무런 준비 없이도 즉흥적으로 관중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가 많다는 것.
축제기간 중 해가 지면 오후 7시부터 흥겨운 축제마당이 펼쳐진다. 축하 버라이어티 쇼, 팔도엿장수 한마당, 국악의 밤, 전통마당극 등이 벌어진다. 팔도 음식관, 청도 농특산물 판매점 등 즐거운 장터 구경은 경쾌한 난장 분위기가 넘쳐난다. 가족들이 부담없이 장 구경에 취하다 보면 절로 어깨가 들썩거린다.
장터 구경을 하면서 여흥을 즐겼다면 종합안내소 옆에 있는 농기구 전시회를 들여다보자. 써래, 쟁기, 탈곡기, 달구지 등 소와 관련된 농기구부터 지게, 떡판, 대바구니 등 시간의 뒤편으로 사라진 농경생활 필수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외국인에게 인기 좋은 한우 로데오 두손에 진땀
한우 로데오게임은 외국인들에게 인기있는 이벤트. 로데오게임은 주한 미군들의 동호회단체인 '미국카우보이협회' 30여명의 회원들이 사납게 날뛰는 청도 전통 한우의 등에 타서 오래 버티는 게임이다. 싸움소들의 격렬한 대전이 치러지는 중간 중간 관중들에게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외국인들이 한우 위에서 훌쩍훌쩍 뛰는 모습이 마치 스페인의 투우장에 와있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한우 로데오게임은 외국인들이 직접 지원해서 참가하며, 일반인도 지원자에 한해 직접 한우 등에 타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소타기도 즉석에서 참여할 수 있다. 소타기는 소를 타고 행사장을 한 바퀴 돌며 소와 친숙해지고 기념사진도 찍으려는 가족들로 줄을 서야 할 정도. 사진촬영을 마친 아이들은 듬직한 소의 등에 앉아 풀피리를 불던 목동이라도 된 것처럼 장난기가 가득하다.
여행수첩/
■ 가는 길=청도는 대구에서 한 시간, 경산에서 30분 거리에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와 북대구와 동대구, 경산IC를 통해 빠져나갈 수 있다. 보통 경산 IC에서 빠져나와 919번 지방도를 타고 경산시로 진입, 25번 국도를 이용해 청도읍으로 들어가는 길이 가장 수월하다.
■ 맛집=의성식당(054-371-2349)은 미꾸라지가 아닌 민물고기로 끓인 탕(추어탕)을 내놓는 집. 메기, 꺽지, 버들치 등 청도의 맑은 물에서 잡힌 민물고기에 배추 시래기를 넣어 탕을 끓인다. 걸쭉한 추어탕 국물과는 다르게, 멀겋고 시원한 국물 맛을 낸다. 간판이나 식당 내부 모습이 허술하다 싶을 정도지만, 청도에서는 알아주는 맛집이다. 독특한 산초 향이 비위에 거슬리는 사람은 주문 전에 빼달라고 말하는 게 좋다. 청도역과 바로 인접해 있으며, 길 건너편에 분점이 있다. 추어탕 5천원.
■ 잠자리=청도엔 숙박할 곳이 많지 않다. 소싸움축제 기간에는 방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때문에 예약은 기본. 군내 유일한 호텔인 용암온천호텔과 읍내 초입에 있는 르망스모텔, 운문사 초입에 있는 후레쉬모텔이 깔끔하다. 용암온천호텔은 6만8천원(주말·베드), 모텔은 3만5천원선이다. 용암온천 주변으로 민박집이 많다. 용암온천호텔 054-371-5500, 후레쉬모텔 054-371-0310, 르망스모텔 054-371-0310
여행tip/
![]() | ||
▲ 운문사 솔숲 |
운문사는 주변 경관이 수려하기로 유명하다. 동쪽으로는 운문산과 가지산이 어깨를 맞대고 있고 서쪽으로는 비슬산, 남쪽으로는 화악산, 북쪽으로는 삼성산이 둘러싸고 있다. 정감록에서 십승지(十勝地 : 완성의 땅)로 꼽았을 정도. 운문사 입구 북대암에 오르면 절의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호젓한 호숫길과 맑은 솔숲, 대가람의 옛향기가 전해지는 운문사. 속세에서 선계로 이어지는 들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