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일보=의정부/이상헌·최재훈·추성남기자]텃밭에서 기른 배추·오이·호박 등 각종 싱싱한 채소를 광주리에 담아 장터 한쪽 구석에 좌판을 벌여 번 돈으로 달콤한 알사탕을 준비해 우리 입에 다소곳이 넣어주던 어머니.
걸쭉한 막걸리 한 사발에 기분나는대로 "골라 골라"를 큰 소리로 외치고…, 아낙네들이 칭얼거릴 때마다 가격을 깎아주며 "에이 모르겠다. 덤이요"를 외치며 물건 하나를 살며시 얹어주던 장돌뱅이 아저씨의 후한 인심을 엿 볼 수 있는 곳.
의정부 제일시장은 경기북부 최대의 재래시장으로 지난 1953년 수복 후 각지에서 피란온 실향민들이 난전을 벌이고 장사를 시작하면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다.
제일시장은 80년대만 해도 경기북부지역의 유일한 도·소매시장 역할을 하며 시장 이용객이 하루 평균 10만명을 웃돌았으며 90년대들어 대형 유통업체들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재래시장의 입지가 점차 위축되기 시작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의정부시는 제일시장 번영회와 상인들과 함께 혼연일체가 돼 경기북부 최대의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시는 제일시장의 부활을 위해 지난 2002년부터 건물과 건물을 이어주는 아케이드 공사와 복잡하고 위험스러운 전선, 때가 낀 천막·간판 등을 완전히 철거하는 환경개선사업을 추진했다.
또 고객의 편리한 쇼핑환경을 위해 진입로, 고객 동선통로, 편의시설, 고객 주차장, 냉·난방시설 등을 재설비하고 공동 마케팅을 위한 경품행사·정기세일·시장축제 및 각종 이벤트 사업 등을 실시해 시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시는 시장을 네 구역으로 나눠 업종별로 재배치하고, 통일된 간판과 함께 시장 한가운데에는 이벤트 코너, 옥상에는 대형 주차장을 확보하는 등 뼈를 깎는 변신을 시도해 최근 들어서는 상인과 손님들이 다시 제일시장을 찾기 시작했다. 또 할인쿠폰제를 시행하고 상품권까지 발행하고 있으며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해외 배달 서비스 체계를 갖췄다.
유명 강사를 초빙해 마케팅과 친절서비스 교육과 백화점처럼 세일, 경품 행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중앙광장에 마련한 공연장에서 비보이·밸리댄스·난타·관현악 공연 등의 이벤트를 열고 있다.
이에따라 불황에도 불구하고 제일시장 상인들의 매출은 작년보다 평균 20~30% 늘었고 특히 50% 이상 매출이 늘었다는 상인도 적지 않다.
제일시장은 현재 전국에서 제일 가는 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으며 모든 재래시장의 표준 모델로 자리잡으면서 우수시장 박람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또 시장경영지원센터에서 격년제로 전국 재래시장 대상 전통시장 활성화 수준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2008년 평가 결과, 의정부 제일시장이 경기도 1위, 전국에서 3위를 차지하는 등 모범 재래시장으로 선정됐다.
의정부시는 제일시장에 대한 제2의 개혁을 위해 엘리베이터 2기 설치와 주차장을 확보, 상인대학과 상인 온라인 정보화교육, 상인의식교육, 상인 해외 연수 등을 실시했으며 제일시장번영회에서도 십자로내 이벤트 무대 조성을 위한 조명·음향시설·뮤직박스 등 9천600여만원의 설치비를 투자했다.
의정부 제일시장 주변에는 중앙로 문화의 거리, 녹색테마거리 조성, 캠프 홀링워터 공원 및 광장 조성, 부대찌개거리, 2011년 개통 예정인 경전철로 인해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시는 볼거리와 살거리·즐길거리·먹거리 등 도심형 문화관광 육성과 연계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제일시장 김진권 번영회장은 "50여년의 역사를 가진 경기북부 최대 재래시장인 의정부 제일시장은 최근들어 경제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오히려 손님이 늘고 있다"며 "3년전 전체 점포 600여개중 폐업을 하고 불을 끈 점포가 100여개가 돼 상인들조차도 외면했던 의정부 제일시장이 이제는 보행자 통로 확보 등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끝에 시장 입구 및 주변 노점상 100여개를 시장내로 끌어들이면서 점포와 노점이 같이 생존하는 시장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문원 의정부시장은 "제일시장이 지난 2006년 국무총리상을 수상한데 이어 최근 평가에서도 경기도 1위, 전국에서 3위를 차지해 매우 기쁘다"며 "특히 이런 좋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은 시설이나 서비스 개선에 기여한 상인들의 노력이 컸으며 제일시장이 지역경제 활성화의 선도적인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마트 못잖은 국내최고시장 거듭나기"
"대형마트가 절대 부럽지않은 그런 대한민국 최고의 시장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전국 전통시장 중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의정부 제일시장이 또다시 변화와 혁신을 꾀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울고갈 만큼의 편의성은 물론 친절까지 겸비한 제일시장의 중심에는 김진권(50) 번영회장이 버티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번영회장으로 상인들을 섬기고 있는 김 회장은 재래시장의 한계를 벗기 위한 획기적인 변신을 시도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시장 한 가운데 서 있는 장터마당. 지난해 조성돼 고객들은 물론 상인들의 마음까지 빼앗은 장터마당에는 미술품 전시와 각종 공연이 이어지고 있으며, 음악분수가 설치돼 고객쉼터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유치원 등 각종 단체에서는 장터마당을 활용해 다양한 행사를 펼치고 있으며, 이런 유명세를 타고 매년 장터마당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전국 시장 관계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당장 올해부터 주차장을 2층으로 넓히는 공사와 답답한 아케이드의 높이를 올리는 공사가 예정돼 있다. 또 내년에는 그동안 모두가 학수고대하던 냉·난방 사업이 실시되며, 고객 편의를 위한 엘리베이터 4곳이 설치된다.
김 회장은 "전통시장이 활성화돼야 지역경제가 활기를 띨 수 있다"며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전통시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때까지 상인들과 힘을 합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