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밀히 따지면 저의 귀농생활은 아직 2년이 채 안된 초보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초 농사일을 해보겠다는 집사람의 말이 결정적으로 시골에 뿌리를 내린 계기가 됐지요." 9년여를 주말부부로 지낸 끝에 농사를 지을 수 있게 조그만 농지를 사달라는 아내 정득자(56)씨의 부탁이 인연이 돼 농사를 짓게 된 것이 김 교수가 귀농생활에 접어들게 된 연유다.
"교수와 농업이란 투잡(2가지 직업)을 갖고 있어 남보단 유리할 거라고 생각을 했지요. 그러나 농사일, 특히 과수의 경우 공을 들이지 않으면 질이 떨어지는 등 규모에 상관없이 농사일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을 보면 이젠 진정한 꾼(?)이 돼 간다는 방증이겠지요." 생계에 매달려 가진 것 없이 뛰어들었던 예년의 막연한 귀농보다는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시작한 귀농생활이었으나 생각같이 '쉽지만은 않았던 과정'이었음을 짐작케 하는 말이다.
그는 귀농의 조건을 자신의 경험에 비춰 '여유'와 '준비'라고 강조한다. 금전적인 것이 여유라면 준비는 농사에 대한 사전적 정보 습득을 의미함을 부언한다. "프로야구 선수가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하는 것이 상상이나 가는 일인가요. 그러나 비록 재테크에는 밝지 않았으나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해왔던 것이 큰 도움이 됐지요."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쯤 되새길 만한 조언쯤으로 받아들여도 괜찮을 것이란 생각을 들게 했다.
그는 "건강과 금전적인 것을 모두 잃는 생계유지형의 귀농은 의미가 퇴색된다"며 "건강할때 귀농을 통해 건강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신도 펼쳤다. 생계유지를 위한 최후 수단의 도시탈출형으로 생각없이 이뤄지던 일반적 귀농패턴보단 준비된 자세에서 시작해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그는 "가끔 집사람이 아직 도심 생활을 그리워하는 것을 볼 때면 다소 안쓰럽기도 했다"며 "그러나 이 곳에서의 생활은 분명 건강과 여유를 건네주었고 새 삶을 즐기며 적응돼 가는 모습을 느끼는 것같아 보람된다"고 귀농생활에서 얻는 만족감을 표현했다.
"농사꾼으로서의 최종적 목표는 농지를 보다 넓게 확장하는 일일 것입니다. 저 역시 지금 3천300여㎡에 불과한 과수원을 9천900여㎡(과수 300주) 정도로 늘려 보다 여유로운 농촌 삶을 영위해 가는 것이 분명한 목표이지요".
내년 정식교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의욕적인 새로운 삶을 추구하며 지금 신(新) 귀농인으로서의 또 다른 이미지를 분명하게 심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