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면에 국유잡종재산관리와 같은 단순집행이나 민간기업과 경쟁하는 10개분야는 폐지·축소키로 했다. 본사조직도 12개본부 24개 지사를 절반수준으로 축소하는 조직슬림화를 통해 '무늬만 통합'에 그칠지 모른다는 우려와 달리 기존 비효율을 가차없이 도려내고 새출발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경영 효율화와 서민주택 안정공급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이지송 사장 내정자가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않다. 통합법인의 자산규모는 105조원이다. 단일기업으로는 삼성전자를 능가하는 국내 최대규모다. 통합공사가 기존 '땅장사(토공) 집장사(주공)'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씻고 거대 공기업으로 성공적인 통합을 이뤄낼지, 부실규모만 더욱 키울지는 전적으로 이지송의 행보에 달려 있다. 먼저 부실한 재무구조 문제부터 녹록지 않은 현안이다. 기존 두 공사의 총부채는 86조원으로 2년 뒤엔 100조원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금융부채도 작년 말 55조원에서 2014년엔 154조8천억원으로 급증해 금융부채 비율이 403%에 이를 전망이다. 부실한 재무구조가 통합공사의 성공적인 출범과 안착의 발목을 언제든지 잡을 수 있는 지뢰밭이다.
이같은 엄청난 부채는 주택공사는 회수구조가 미비한 임대주택 대량건설에서, 토지공사는 대규모 택지개발과 세종·혁신도시 건설에 투자한 자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게 주원인이다.
게다가 앞으로 몇 년 동안은 부채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결국 재무구조 건실화는 통합공사의 최대 현안이 될 수밖에 없다. 토지주택공사가 경영혁신과 함께 16조원어치의 불필요한 자산과 미분양주택 매각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 재무구조 개선 전담팀을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차질없이 실천하겠다는 이지송 사장 내정자의 포부를 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통합공사는 보금자리주택 등 서민을 위한 공공주택건설에 집중하고 중대형 등 돈되는 사업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공공의 역할만 강조하다보면 수익성이 떨어져 부실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힘들어진다. '공공성 회복'과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공룡조직의 새출발에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정원 감축률 24%는 통합과정을 거친 다른 공기업(한국정보화진흥원 15.8%, 콘텐츠진흥원 14.5%)보다 10%P 높아 노조의 반발 등 예민한 문제다. 수십년 동안 이어져온 양 공사의 독특한 분위기를 화학적으로 융합하고 통합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도 치유해야 한다. 직원들은 조직개편 등에 따른 후속인사를 앞두고 자리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각종 음해성 루머로 적지않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조직의 성패는 사람에 달려있다고 한다.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과 제도를 갖추고 있더라도 이를 운용하는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지방이전 문제도 큰 걸림돌이다. 주공은 2012년까지 경남 진주시로, 토공은 전북 전주시로 각각 이전키로 했으나 이번 통합방안에선 빠졌다. 지역갈등마저 부추길 수 있어 '뜨거운 감자'로 남게 됐다. 16년간 겉돌았던 두 기관의 통합은 공기업 개혁의 시금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 출범하는 통합공사가 내외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민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