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 2주가 지난 6일까지 '오디션'을 본 관객은 1천명에도 못 미친다. 총 10권짜리 분량인 원작 만화가 100만권 넘게 팔린 것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성적이다. '아바타' 같은 3D 영화가 대세인 지금, 10년 전 이야기로 만든 2D 애니메이션은 역부족이었다.
지난 주말 극장에서 일반 관객들과 함께 자신의 영화를 봤다는 민경조 감독은 "시원섭섭하다"고 말했다.
"썰렁하죠. 큰 기대는 안 했어요. 그래도 (이 만화의) 고정 팬들에게 볼 기회라도 줬으니 다행이죠."
'오디션'은 뿔뿔이 흩어져 있던 국철, 달봉, 래용, 미끼 등 네 명의 천재 소년이 우여곡절 끝에 모여 밴드를 만들고 음악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애초 최고의 인기 만화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당시 시장 상황이 악화되자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다.
민 감독은 적게는 몇 천만원에서 많게는 몇 억원까지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결국 2007년 '오디션'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동안 여러 배급사와 개봉을 조율하다 더는 미룰 수 없어 결국 애니시네마 한 곳에서 개봉하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대학 졸업하고 바로 애니메이션에 입문해 20년을 넘게 했어요. 그리고 첫 장편인데 중도에 포기하는 건 아닌 것 같았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완성하는 게 목표였어요."
민 감독은 "개봉 직전까지도 한 배급사가 올해 봄에 개봉하는 것을 생각해보자고 제안했지만 기다려준 분들께 미안해서 그럴 수가 없었다"고 했다.
"부산 국도&가람 예술관과 부산 아트씨어터 C&C에서는 어떻게 아시고 먼저 틀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볼 사람이 있어서 볼 기회를 준다는 게 저한테는 위안이 되니까 고맙다고 얼마든지 트시라고 했죠."
'오디션'은 서울에서 평일 하루 네 차례, 주말 다섯 차례 상영되고 있다. 2월 7일까지 상영할 예정이지만, 좀 더 일찍 내릴 수도 있다.
민 감독은 "관객도 없는데 난방비만 들이는 것 같아 내가 미안해서 먼저 일찍 내리자고 얘기했는데 센터에서는 관객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한다고 하니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지금은 군대 가 있는 큰아들이 '오디션'을 보고는 '아쉽다, 아빠' 그러더라고요. 제작비에 치여서 욕심대로 못해 저도 그런 마음이 들 정도니, 서운하진 않아요. 그래도 OST가 반응이 좋다니 다행입니다."
민 감독은 '오디션'에 대해서는 "마음을 비웠다"고 했다. 그리고 웹툰을 원작으로 한 다른 장편을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마침 오늘 4분짜리 데모 영상이 나와 회의를 했어요. 이번에는 조용히 시작해 제대로 개봉할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