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철순 (인천본사 경제부장)
[경인일보=]산과 들이 푸른 빛으로 바뀌고 있다. 봄꽃이 만발하고 들판에 새싹이 돋기 시작한다. 날씨마저 포근해 주말이면 가족, 연인, 친구, 직장동료 등이 어디론가 떠난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난 기분에 모두가 즐겁다. 주말이면 가볼만한 곳, 맛있는 집, 관광지 등을 찾아 떠나느라 전국의 고속도로 정체가 심각하다.

지난 주말 행사 때문에 인천대공원을 간 적이 있다. 여러 행사가 겹친 이유도 있지만 모처럼 가족 등이 화사한 봄날을 만끽하러 나온 탓에 이날 인천대공원은 하루종일 북적댔다. 무려 15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기상 관계로 인천대공원의 벚꽃이 다 피지는 않았지만 산책나온 사람들의 표정은 밝아보였다. 너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주변의 도로가 막혀 되돌아 간 이들도 상당했다. 여자 화장실이 부족해 수십m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바뀌지 않았다. 인천대공원은 시민의 휴식처로 자리를 잡았지만 '불편하다'는 낙인이 찍힐 법하다. 안좋은 추억을 경험한 이는 다음엔 행선지를 바꾸게 된다. 인천에서 그나마 갈만한 곳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 이 정도 수준이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인천은 요즘 새로운 관광명소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2천200만명의 수도권 잠재시장, 인천공항과 인천항을 통해 들어오는 관광객 수는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는 데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인 것 같다.

지난해 백령도 천안함 사건에 이어 연평도 포격사건이 터지면서 서해 5도서가 '긴장의 섬'으로 전락하고, 관광객들이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자 송영길 인천시장은 백령도 관광지 조성 등을 통해 서해바다를 평화지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는 이에 따른 후속조치로 서해5도 관광활성화 방안을 짜고 있다. 백령도 솔개지구 133만4천㎡에 관광휴양단지를 조성하고 담수호와 매립지에 골프장 및 대형 숙박시설 및 유희시설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또 백령도와 대청, 소청, 연평, 우도 등 서해 5도서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수면위를 달리는 초고속선인 '위그선'(WIG craft)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옹진군이 타 시·도 사람들에게도 여객선 운임료를 반값으로 할인해 주겠다고 해도 관광객이 늘지 않던 백령도는 요즘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현빈이 백령도에 배치된다는 소식에 들썩이고 있다. 현빈 효과는 백령도 관광지 조성에 탄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경인아라뱃길 10월 개통을 앞두고 인천시 서구는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이 몰리고 해돋이 명소로 자리잡은 강원도 정동진처럼 서해 최고의 해넘이 장소로 정서진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중구는 신포동 일대를 '개항장 문화지구'에 다문화 창조지구 콘텐츠, 도보 탐방길, 아트 골목길 등 사업을 펼친다. 근대 건축물이 밀집해 있어 차이나타운, 월미도, 연안부두 등을 잇는 문화관광벨트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가 있는 팔미도, 연인들이 자주 찾는 월미도 문화의 거리도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인천에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아이디어도 쏟아지고 있다. 예전에도 아이디어는 많이 나왔다. 관광인프라에서 교통, 숙박, 음식, 상품, 관광지 간 유기적 연계 등에 이르기 까지 전문가들이 머리를 짜내 발전 방향도 제시했다. 그런데 지속성이 떨어지고 수장이 바뀌면 예전의 정책들 가운데 상당수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수년이 흘렀지만 인천시의 스토리텔링 사업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다. 최근 문을 연 문화관광스토리텔링연구소 이정희 소장(재능대 교수)의 구상이 눈길을 끈다. 각 지역의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하고, 이를 콘텐츠화해 스마트폰, 태블릿PC, 소셜네트워크 등에 접목시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다문화 가정을 스토리텔러로 양성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관광명소 개발은 의욕만 앞서고 재원이 마련되지 않으면 몽상에 그칠 수 있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등에 대한 우선 순위와 중복투자는 없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