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검단지역의 한 농경지에서 세제유입으로 인한 거품이 발생해 농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주민들은 인근 세제공장에서 세제가 흘러나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1일 오전 인천시 서구 원당동 영어마을 인근의 한 농경지. 주민이 안내한 농수로에 이르자 낙차지점마다 하얀색 거품이 일어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장 큰 거품덩어리는 높이와 폭이 1m가 넘는 규모였으며, 농수로 곳곳마다 크고 작은 거품들이 있었다. 농수로 바로 옆으로는 벼와 각종 채소들이 자라고 있었다. 이 일대 논과 밭의 면적은 15만6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품은 비가 그친 오전부터 사그라지기 시작해 오후에는 거의 모습을 감췄다. 하지만 비가 내리던 새벽 시간에는 논 한가운데서도 거품이 발생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주민들은 "집중호우로 인해 비닐하우스가 침수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농수로에 커다란 거품덩어리까지 일어 깜짝 놀랐다"며 "일부 논은 품질개선을 위해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고 있어 혹시 피해가 있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사태파악에 나선 서구는 농경지 뒷산에 들어서 있는 원우회산업단지의 한 세제공장 바닥에 묻어있던 세제찌꺼기가 집중호우로 인해 씻겨 내려가면서 농경지로 유입된 것으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세제공장은 폐수배출업소가 아니라 관리대상이 아닌 데다 일부러 세제를 내보낸 것이 아니라며 간단한 주의조치에만 그쳤다. 서구 관계자는 "PH농도 측정 결과 산성이나 알칼리성이 나왔다면 문제가 크겠지만 일단 중성으로 판명된 데다 비가 많이 내려 발생한 일이라 크게 염려할 사항은 아니다"며 "공장측에 앞으로 바닥에 씻겨내려간 세제가 농경지로 유입되지 않도록 배수로 정비를 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주 내내 인천지역에 비가 예보돼 있어 주민들의 불안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일부 주민은 공장 바닥에 있던 세제가 씻겨내려간 것이 아니라 세제통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주민 A씨는 "하물며 세차장도 청소한 물을 그냥 버리지 않고 따로 처리하는데 논으로 세제가 흘러들어간 일을 구청에서 별일 아니라고 하는 게 말이 되냐"며 "아무리 세제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해도 먹으라고 하면 먹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