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형재 (수원기상대장)
지난 7월 26~28일 3일간 서울에 내린 강수량은 587.5㎜로, 1907년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였으며, 이는 평년 연강수량 1천450.5㎜의 약 41%에 해당된다. 7월 총강수량은 1천131㎜로 연강수량의 78%에 해당하며 1940년 이래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집중호우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유입된 따뜻하고 습윤한 공기와 대기 중하층의 건조한 공기 사이에서 대기불안정이 강화되어 강한 비구름대를 발달시켰고 우리나라 북동쪽에 위치한 저지고기압으로 인해 비구름대가 정체되면서 중부지방과 경남 남해안을 중심으로 많은 비를 뿌렸던 것으로 분석된다. 기상청은 이미 장마가 평년보다 일찍 종료되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강한 국지성 집중호우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러한 강한 국지성 집중호우는 기상이변이 아니라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는 조짐"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0년간 연별 시간당 30㎜이상 강수 횟수는 2001~2011년 7월 27일까지 무려 102회에 이르며, 연도마다 편차가 있어서 말하기 어렵지만 지난 30~40년간의 기록을 볼때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이는 30년만에 두 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또한 서울지역의 증가 속도는 더욱 빠르기 때문에 지난 30~40년간의 기록을 보면 30년만에 세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호우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상연구소에 따르면 공기 온도가 1도 오를 때마다 수증기는 7% 증가한다면서 최근 우리나라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는데 이는 비의 원인이 되는 구름이 더 커질 수 있고, 구름이 비가 되면서 발생하는 잠열이 수증기 포화량을 더욱 높여 단기간에 많은 비를 뿌리는 국지성 집중호우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이 말은 지구온난화 탓에 비구름이 커지고 이것이 비가 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수증기를 흡수해 집중호우가 발생하기 좋은 조건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집중호우의 발생 조건이 강화된 이유를 지표와 해수면의 온도 상승 때문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해수면 온도는 지난 43년간 1.5도 정도 상승했으며, 이것은 곧 바다에서 더 많은 수증기가 유입된다는 것이며, 최근 중국 대륙의 온도가 오르며 중국에서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데 이 바람이 서해를 지나면서 우리나라에 많은 수증기를 몰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이처럼 장마가 끝난 뒤 오히려 강수가 집중되는 현상이 잦아지면서 일각에서는 이제 한반도를 아열대성 기후로 분류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몇 년간 여름에 비가 많이 왔다고 해서 아열대 기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평년의 강우량이나 기온에서 크게 벗어나는 날씨가 잦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렇기 때문에 장마기간과 상관없이 한반도는 점점 우기화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후변화는 급속도로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 또한 커지고 있어 우리에게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어떠한 대응을 한다고 해도 기후변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함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과 노력을 한다면, 국지성 집중호우와 같은 기상이변 또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